'그린다'는 것

나에게 드로잉이란 '자유'

by 이영선

드로잉은 오랜 기간 여러 형태로 창작의 과정에서 나의 삶의 일부였다. 드로잉 작업의 공식 발표는 창작글과 드로잉을 수록한 아트북 <검은 드로잉>, <늪 드로잉>을 시작으로, 무대 위의 춤 공연, 복합 전시 공연 프로젝트 <드로잉_몸을 위한, 몸에 의한>, <늪 드로잉 ㅣ 드로잉 늪>, 그리고, 최근 진행 중인 <꽃과 나무로 만든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앞으로도 창작활동을 지속하는 한 드로잉은 내 예술의 화두가 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드로잉'은 단순히 연필이나 물감 같은 것으로 종이 위에 스케치하듯 밑그림을 그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의 정의는 어떤 매체를 사용하든 자유롭게 불현듯 떠오르는 영감을 '그리다'라는 단어 본연의 광범위한 의미로 접근하려는 것이고, 단어의 중의적 표현인 '끌어들이다'라는 의미로도 다가가고 있다. 최초의 영감과 생각을 자유롭게 흐르는대로 미완성 혹은 완성의 형태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는 문학, 미술, 무용, 음악 등 여러 장르적 구분을 초월하여 적용되는 개념으로 다가간다. 나는 이러한 드로잉의 순수성과 오리지널러티, 자연스러움, 자유분방함, 즉흥성, 열려있는 구조를 좋아한다.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하고 있는 나는 얼핏 '화가'처럼 보이겠지만,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있으므로 '화가'라 불려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장르적 구분으로 나를 속박하고 싶지는 않다. 기성 관념과 교육과정에서 예상되는 그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고, 나의 모든 드로잉은 나를 표현하기 위해 내가 선택하거나 만들어낸 언어일 뿐이다. 어쨌든 나는 처음 만져보는 재료들로 온갖 색채들의 춤을 그려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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