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재료는 세상의 모든 것이다. 내 몸도 그중 하나이고, 조개껍질, 종이, 아크릴, 유화, 찢어진 신발과 천 등 그 모든 것을 그저 표현의 재료로 삼는다. 내가 언제 '그림'을 배웠던가? 나는 미술학원을 다닌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시각예술가가 아닌 것도 아니다. 나는 내 시각을 일상의 관찰과 사유, 관람, 독서, 여러 다양한 시도 등으로 훈련시켰다. 사실 한정된 매체(도구)의 활용에만 치중하는 대부분의 교육은 예술 교육의 가장 중요한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견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유(철학), 관찰, 자아의 성찰, 이를 매 순간의 삶으로 살아내는 것, 등이 예술의 출발이고 본질적인 것이다. 장인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본질이 빠져있다면 그것은 그저 공예, 혹은 말 그대로 '장인'에 더 가까울 뿐이다. 표현의 도구는 다양해서 어느 것으로도 시각적 요소의 훈련이 가능한데 일괄적으로 데생, 수채화, 유화 등의 순으로 미술을 교육한다는 게 이미 예술가의 창의적인 싹을 자르는 행위라고 감히 말한다. 어느 누군가는 청바지로만 작품을 할 수 있는데, 꼭 '기본'이라고 여기는 것을 명태나 석고상을 자세히 그리면서 얻어지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눈앞에 있는 마른 명태나 석고상을 자세히 그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 되기가 쉽다. 기술을 깊이 파서 예술가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에서 극사실 주의 예술가나 예술 기능자(기술자) 이상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를 바라고 있다. 기술을 배워서 어느 정도 숙련이 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이 더 어렵고, 그러므로 그런 사유의 창조력에 나는 더 예술가적 가치를 두는 편이다. 나는 몸을 움직이면서도 색채와 선을 볼 수 있고, 이에 대해 사유하며, 이로 인해 다른 매체로 표현한 시각 예술에 대한 것도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진정한 예술가라면 대부분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