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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Sep 01. 2023

모멘텀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

모멘텀(Momentum)이란 물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힘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정지한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를 말한다. 양쪽을 왔다 갔다 하는 추에서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추가 움직일 때 순간 공중에 떠있듯이 멈춰있는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된다. 또 다른 예시는 놀이동산의 바이킹이라는 놀이기구가 한 방향으로 갔다가 다른 방향으로 바뀌는 순간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 순간은 그 놀이기구를 탈 때 가장 무섭고 스릴이 느껴지는 부분일 것이다. 어떤 흐름에 변화가 생기려면 잠시 정지한 듯이 보이는 이 모멘텀이 필요하다.


무엇을 계속하는 것이 근면과 성실함을 의미한다는 생각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 모멘텀의 순간이 두려워서 현재를 불편해하면서도 아무것도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은 뭔가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에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느낀다. 어떤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우선은 더 이상 가지 않는, 혹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 이 무중력과 같이 붕 떠있는 상태를 지나가야 한다. 남이 만들어 놓은 놀이동산에서 돈을 내고 오랫동안 줄을 서서 바이킹 놀이기구는 타면서, 삶의 주체인 자신의 인생에서는 모멘텀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진지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런던의 유명한 오케스트라에서 오랫동안 플루트를 연주하고, 노후에는 신체요법을 교육하고 있던 한 선생님은 도교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안 좋은 신체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하던 것을 멈추고 그다음에 생각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이 둘을 하지 않으며 통증만 호소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를 만날 때마다 들었던 길지 않은 몇몇의 문장들이 두뇌를 일깨우는 것 같은 깨달음을 주고는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마 도교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모멘텀(momentum)은 정지(stop)와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모멘텀은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계속 움직이는 순간이지만, 정지는 그야말로 운동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상황에 따라 가만히 정지해 있는 것도 에너지가 아주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말하자면 돌아가는 선풍기에 전력이 닿지 않으면 모터가 전혀 돌아가지 않는 그런 상태를 가정해 보자는 것이다. 무용에서도 모멘텀을 잘 이용하면 춤에 다이내믹한 변화를 줄 수 있고, 이전에 가졌던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를 발휘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지는 그런 다이내믹을 주는 순간이 아니다.


현재에 변화를 주려면 우선은 멈추어야  한다. 그래야 예상치 못하는 외부의 변수나 기회가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그리고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중이었다면 되돌아가는 길을 더 짧고 덜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인생의 모멘텀을 지나는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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