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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Mar 18. 2024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현재 기대수명은 대략 각 나라별로 몽골은 70년, 한국은 83년, 미국은 79년, 영국과 미국은 82년, 프랑스는 83년 정도라고 한다. (출처 GPT) 출처가 믿을 만하지 못하니 아주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략 비슷할 것이다. 매년 벚꽃놀이를 가도 앞으로 봄에 벚꽃놀이를 갈 수 있는 횟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사실 태어날 때부터 최대한 봄을 맞는다고 해도 백 번도 채 되지 않는다. 이젠 세상일의 중요도가 점점 더 시간에 우선하게 된다. 


얼마 전 파묘를 보았는데, 영화도 재미있었지만, 이상하게 다른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묘지에서 관을 파내어 내려오는 장면이었다. 관에 대해 생각했느냐고? 아니다, 신기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저렇게 비 오는 날 밤에 차를 끌고 무턱대고 산을 오르내리며 쏘다닐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이었다. 지금은 그럴 수 있지만, 언젠가는 저러고 다니는 영화의 장면도 무척 그립고 부러운 날이 닥칠 거라고 생각하니, 별게 다 새삼스럽고 감사하고 신나게 느껴졌다. 차를 마구 끌고 원하는 곳으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날은 기대 수명보다 훨씬 더 안쪽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내가 지금 끌고 있는 차는 내가 평생 가지고 있을 차들 중에서 뒤에서 몇 번째쯤이나 될까? 사람들이 죽기 직전까지 차를 몰고 여행을 다니진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랬더니 마음이 아주 조급해졌다. 뭐가 중요한 일인지 서열도 더 분명히 정리가 된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이 아주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잘하지 못했다. 남은 인생은 정말 여행처럼 꾸리고 살아야겠단 생각이다. 내가 지금 타고 다니는 차가 내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놔둘 수는 없다. 춤을 추며 뛰놀 수 있는 날도 그럴 것이다. 


오늘은 비용 좀 아끼겠다고 그간 미루던 것들을 내지르기 시작한다. 조금 느려진 노트북도 최신상으로 바꾸고, 약간 우중충해진 벽지도 바꾸기로 했다. 노란색과 분홍색으로 벽을 두르겠다고 하니 뻔한 색만 추천하던 벽지가게 주인이 추천을 하다 말고 멍한 표정으로 내 주문을 기다린다. 사실 이미 벽은 내가 노란색으로 다 칠해 놓아서 그대로 그러데이션에 맞추어 총 6가지 채도를 섞어 노란색과 분홍색으로 바꾸기로 예약을 했다. 원래는 그냥 그림을 마구 그리려고 했는데, 내 그림을 떼어갈 수도 없고 실크벽지에 페인트가 잘 묻지 않아 그냥 벽지를 바르기로 했다. 주말엔 꼭 어디로든 떠나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기름값, 여행비 몇 푼 아끼는 것보다 더 비싼 내 인생의 시간을 붙잡는 게 우선인 듯하다. 얼마 전 남은 항공사 마일리지로 바꾼 아이스크림과 커피 쿠폰을 주변에 하나씩 쏴 주었다. 이들에게 말했다. "내가 전용기 태워준다고 했지? 그 사람들한테 기내서비스부터 먼저 주는 거야. 나는 전용기 태워준다는 약속 일부는 벌써 지키고 있는 거야. 내 전용기는 고급이라 고급 커피로 쏘는 거야. 싸구려 커피도 아끼는 항공사 재벌들보다 사실 내가 더 부자야. 기내 서비스 책자는 내가 쓴 책들이야. 어때? 내가 더 멋지지?"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인생에서 죽기 직전까지 그다지 많은 돈이 필요할까도 싶다. 좀 아이러니한 생각이지만, 소유를 하기 시작하면 소유한 만큼이 내 것이지만, 소유가 적은 사람들에게는 그 나머지 것들을 다 자신의 것처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시간을 얻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게 좋은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친구가 강조하는 명언을 다시 한번 새기며, 사실 우리는 그다지 걱정할 것보다 경험하고 해 보고 써봐야 하는 일이 더 많은 신나는 인생을 덜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아이쿠야, 그런데 저것보다 더 오래 살게 되면 어쩌지? 그러면 나는 그제야 돈을 버는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일들에 대한 계획을 생각해 볼 것 같다. 제발 저 기대수명치보다는 더 오래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왜냐하면 그다음의 생애도 경험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환생이라면 뉴욕 센트럴 파크 옆의 고급 아파트에서 태어나 금발의 발레리나와 피겨스케이터가 되고 싶고, 이게 끝이라면 어느 조용한 밭에 자리 잡은 딸기의 먹이가 되면 되는 거고, 혹여라도 천국과 지옥이라면 이왕이면 천국에서 사는 것이 좋은 게 아닐까? 그런데 왠지 나는 이 생이 다시 순환할 것 같다. 그래서 빨리 죽는 것이 다시 출발선에 새로운 옷을 입고 서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맘껏 소진하고 실컷 경험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이야호! 기지개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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