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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Mar 10. 2024

어떤 느낌의 잔영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형태

수업을 듣는 한 성인의 몸은 한쪽으로만 근육이 발달했다. 골프를 많이 했냐고 하니까 그렇단다. 골프를 많이 한 사람은 뒤에서 보면 등의 한쪽만 근육이 더 발달해서 다른 쪽보다 불룩 튀어나온 형상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멀리 사는 그의 동생이 놀러 온 김에 내 수업을 함께 들어도 괜찮겠냐고 물어서 그러라고 했다. 동생은 다른 도시에서 떡집을 손수 운영한다고 했다. 서른 살도 안된 젊은 나이와 떡집은 왠지 생소한 조합처럼 느껴진다. 가끔 그 성인은 떡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요즘엔 각종 첨가제를 넣지 않은 떡은 얼마나 더 찾아보기 힘든지, 동생이 하는 일에 대해 일종의 소신 같은 것을 말하곤 했다. 저녁에 남은 떡은 모두 단체에 기부를 한다고 했는데, 한 두 번인가는 내게 맛을 보라며 팔고 남은 떡을 한 두 팩 가져다주기도 했다. 나는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 동생이 멋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동생은 발레가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했지만, 나름 진지한 얼굴로 언니 옆에 섰다. 동생이 서 있는 동안 자세를 잡아주려고 손을 살짝 잡았는데, 길쭉하고 어린듯한 전체적인 느낌과는 달리 그녀의 손에서 거칠게 굳은 살갗과 근육의 느낌이 내 손에 전달이 되었다. 나는 순간 그 낯선 손의 느낌에 가슴에서 뭉클하고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여러 문장이 함축된 그런 한 마디의 느낌 같은 느낌이랄까? 뿐만 아니라 몸의 여기저기에 시골의 어귀에 있는 약간은 뒤틀린 나무처럼 노동의 고단함이 배어있었다. 옆에 있던 언니가 동생이 떡집을 운영하느라 많이 힘들고 이런 운동을 따로 할 시간이 없어서 자세가 많이 안 좋아 있을 거라고 했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기계를 써도 되는 과정을 손수 하기 때문에 더 힘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떡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던 것 같다. 힘이 들어서 조만간 그만둔다고 했다가도 찾는 손님들이 있어서 계속 일을 하기로 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춤을 추다가 웬일인지 문득 거칠고 뻣뻣했던 그녀의 손의 느낌이 생각났다. 기억은 여러 가지 형태로 그 잔영이 남아 있다가 이후의 시간을 문득 비집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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