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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Mar 05. 2024

2024년 3월 4일

볼을 확 잡아당겨 볼까?

긴장을 한다는 것은 의식적인 행위일까? 의식적으로 긴장을 할 수 있다면 그건 어떤 경우일까? 굳이 그래야 하는 경우도 있을까? 긴장을 하면서 멋을 부리려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떡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일부러 긴장을 의식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것이 생물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긴장을 하다'라는 능동형의 동사를 쓰지만, 무의식적인 긴장의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긴장을 풀려고 노력은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땀이 등으로 흐르는 것처럼, 긴장을 하는 것은 별 좋은 반응도 아니고 긴장을 일부러 하는 사람이 있을까? 얼굴도 찡그린 채 못생겨지고, 머리가 조여드는 느낌이 나는데?


두려움을 일부러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수많은 고문의 현장에서 고문을 받는 사람들은 왜 긴장과 두려움에 떤 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런 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것일까? 앞으로 닥칠 막연한, 분명 긍정적이지 않는 신체적 고통이 따를 것을 예상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거기에다 대고 "긴장을 하지 마세요, 뭘 그리 두려워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직 닥치지 않을 일이고, 죽지는 않을 테니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라고 이성적으로만 존재할 것을 강요할 수 있을까?


긴장을 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그 사람의 권리이고, 의식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어떤 것이다. 그래서 상대가 긴장을 풀도록 어떤 노력이나 응원도 하지 않고 긴장을 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정말 모욕적이고 굴욕적인 감정이 들 때가 있다. 긴장을 하고 두려워해서 외적인 영향을 주변에 끼친다면 그건 어떤 일의 진척을 늦어지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까지 그러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 사람도 그러지 않기 위해 손목에 멍이 들도록 안간힘을 쓰며, 자신의 두 손을 움켜쥐고 손가락의 뼈를 쥐어뜯고 있을지도 모른다. 집에 와서 보니 내 손목에 보라색 멍이 들었다. 다음에는 반대편 손목을 쥐어잡아야겠다.


나는 어제 또 치과에 가서 '긴장을 하는 것'에 대해 핀잔을 듣고 왔다. 내가 긴장을 해서 자세를 흐뜨러뜨린 것도 진료를 방해한 것도 아닌데, 긴장을 해서 온몸이 굳어서 입 주변의 근육이 늘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나는 턱 밑이 찌르는 것 같은 통증에 힘든 가운데 '긴장을 해서 힘들다'라는 짜증 섞인 불평 한 마디를 들었다. 나는 입에 못을 밖는 행위 앞에서 심호흡을 할 5초도 주지 않고 무언가 찔러대고 박아대며 입을 찢을 것처럼 잡아당기는 그들의 행위의 목적이 선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긴장을 한다'라는 이유로 핀잔을 받은 것에 대해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의료행위는 선의의 고문, 허락받은 신체 가해 행위랑 다르지 않다. 이들은 심장이 나무토막으로 만들어진 사람들인가? 유튜브에서는 여느 사람들처럼 희노애략을 잘도 떠들어대는 사람들처럼 보이는데 왜 일할 때는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는지 모르겠다.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적 친절인가? 일상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저런 감정으로 보낸다면 그들의 상태는 대부분 정상일 것 같지 않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춤출 사람들에게 hands -on (사람들의 신체에 손을 대며 동작이나 자세를 지시하는 것) 방식으로 지도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숙련된 사람들이라도 라포가 형성되지 않거나 처음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누군가 신체에 손을 대면 본인은 긴장을 풀었다고 하는데도 근육이 경직되어 관절이 구부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대부분 상대는 "나는 힘을 주고 있는 건데요?"라고 말하면서 웃는다. 상대의 몸에 손을 때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필요한 신체에 가만히 손을 살짝 대고만 있어도 신체는 긴장을 풀고 잠시 후 알아서 반응을 한다. 그걸 조심스럽지 않게 잡으면 근육은 바로 긴장을 한다. 무용에서 그렇게 상대에게 손을 대는 사람은 하수 중에서도 하수, 왕초보들이다. 긴장을 완화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호흡을 내쉴 5초간의 시간만 주더라도 나아질 있는 경험한다.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푹푹 찌르고, 잡아당기고, 나무토막처럼, 정말 나무에 박는 나사랑 똑같은 것을 생명이 있는 입안에 박아 대는 것은 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행위이지만, 참는 것이다. 긴장을 풀라고 막무가내로 계속 잡아당기기보다는 잠시 손을 놓고 숨을 내쉴 틈을 준 후에 다시 천천히 잡아당기면 볼은 잘 늘어날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얼떨결에 나도 모르게 '죄송하다'라고 연신 말하며 그냥 있었지만, 집에 오니 은근히 기분이 하루 종일 나쁘다가 나중에는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한다. 병원에서 또 죄인 같은 환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그렇다. 긴장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내 몸의 반응에 내가 '죄송할' 일인가? 다음에 병원에 가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숨 쉴 틈 5초만 주세요', 혹은 "내가 뭘 잘못했나요? 왜 윽박을 지르듯이 말하세요?"라고 나도 내 감정대로 표현할 생각이다. 나는 보험이 해당되는 의료행위를 받는 것도 아니고, 나름 달라는 대로 돈을 주고, 인간의 능력으로 제어할 수 없는 어떤 감정에 대해서도 핀잔을 받으러 가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환자와 의사는 어차피 서로에게 진상들이다.


바로 이런 감정인 듯하다. 아무리 이들이 논리에 맞는 말을 주장해도 국민들의 정서가 악감정일 수밖에 없는 것 말이다. 평소에 쌓였던 감정으로 인해, 옳은 소리도 옹호를 받지 못하는 이유 말이다. '어디 한 번 불통과 일방적인 지시방식이 주는 고통을 너희도 느껴봐라, 쌤통이다' 이런 생각까지 들게 하니 말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친절'이라는 단어를 처음엔 나도 이해 못 했는데, 그건 일반적인 '친절서비스'를 바라는 게 아니라 '나도 인격이 있고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야'라는 의미의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상대방의 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고 갑자기 달려들어 입을 쫙 잡아당긴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을 해본다. 그러면서 "긴장하지 마세요, 좋은 일 하려는 거잖아요!"라고 한다면, 상대는 고춧가루를 잘 떼어 주었다고 나한테 고마워할까? 아니면 '갑자기 일어나서 나도 상대의 볼을 잡고 주욱 늘려볼까?'라는 생각도 한다. 병원 밖에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볼을 볼 때마다, 똑같이 확 잡아당겨보고 싶은, 기분이 조금 언짢은 날이다. 다음엔 절대로 내 볼이 내 맘대로 좍 늘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라는 말을 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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