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선 Apr 28. 2024

천국과 지옥?

하루에도 몇 번씩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아름다운 순간들이 지나간다. 가끔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러 가는 날도 있다. 춤추는 그 시간은 대부분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다. 천국이 있다고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순간이 상상이 가지 않아 나는 이보다 더 좋은 천국이라는 곳에 대한 기대가 없다. 어떤 사람은 빨리 죽어 천국에 가기를 바란다고 한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꼭 지금처럼 내가 경험하고 또 앞으로 경험할 자잘한 순간들을 꽃등심에 있는 흰 마블링처럼 내 인생이라는 덩어리에 죽기 직전까지 희고 곱게 섞여있는 삶을 이대로 지속하고자 하는 바람과, 혹여나 지속하지 못해서 마블링은 사라지고 퍽퍽하고 붉은 살코기만 있는 것처럼 인생이 변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불안한 두려움이 있을 뿐이다. 


차를 타고 춤을 추러 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 천국으로 들어가려는 중이야. 천국에 함께 있는 그 사람들은 그러면 천사들인가?'


생각해 보니 나는 그곳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도 좋아서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 그곳에 가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이 행복하면 같은 장소에 있는 사람들도 함께 천국에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곳은 천국이 된다. 상상도 불가능한 막연한 천국은 나는 모르겠고, 내가 천국으로 느끼는 순간과 공간은 화살표로 가리킬 수 있다. 물론 그곳과 시간과 공간은 늘 변하기 마련이긴 하지만 말이다. 


또 다른 생각도 든다. 천국처럼 느껴지는 시간과 공간에 늘 천사 같은 좋은 사람들만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런 작은 천국을 전 세계로 확대해 보면 천국과 그렇지 않은 곳은 붉은색과 푸른색처럼 섞여 있다. 내가 천국처럼 느꼈던 빙상장에는 소위 '악귀 같은 속물 아줌마들' 스케이터도 일부 섞여있었지만, 내가 스케이팅을 하는 동안 느끼는 '천국감'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종교기관을 통해 막연하게 무의식에 자리 잡았던 천국에는 천국 같은 존재들만 있었고, 지옥이라는 반대편에는 그런 존재들만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사실 상당히 비논리적이고 모순이라는 깨달음이 든다. 내가 천국처럼 행복한 작은 무용스튜디오 밖에 지옥처럼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과 공간과 경험이 산재해 있다고 해서 천국과 지옥의 느낌이 섞여서 삶이 그 중간 어딘가에 자리 잡은 것처럼 어정쩡한 색으로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꽃등심 마블링'! 내 삶의 천국과 지옥은 딱 그런 이미지로 선명하게 구분이 되어 존재한다. (내가 썼지만, 참 신박한 비유라고 스스로 감탄스럽다.) 


나의 지옥이 다른 사람들에겐 천국일 수도 있고 타인의 지옥이 나에게는 천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알 수도 없고 아무도 듣거나 본 적이 없는 종교적 세계관에 근거한 천국과 지옥을 논하기보다는, 눈 앞에 있는 나의 작은 천국을 작은 구슬처럼 꿰어서 내게 주어진 삶이나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판다와 고양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