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말 그대로 대충 풀어보자면 비 온 뒤 대나무 새순이 마구 솟아 나오는 광경일 것이다. 곳곳에 '축제'와 '카페거리'가 남발을 한다. 그런데 그 축제라는 것이 아무런 기획력과 차별성 없이 '축제'라는 현수막만 내걸면 축제가 된다. '카페거리'도 마찬가지이다. 전국에 비 온 뒤 대나무 순 돋아나듯이, 아니 내 작업실 앞에 풀이 자라나듯이 하룻밤이 지나면 카페가 생겨나고 '카페거리'라는 것이 조성된다. 이젠 한 술 더 떠 '아트마켓' '예술 0000' 등이 유행이 되어 휩쓸고 있다. 가보면 마찬가지로 대부분 별볼 일 없다. 그냥 개성과 정성도 없는 상업카페가 생겨나서 뭐나 있는 것처럼 멋모르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척좀 해 보이려고 서비스도 엉망에(화장실과 테이블 청소라도 좀 하고 손님을 맞기를) 맛도 없는 커피와, 모양만 다르지 밀가루설탕맛만 나는, 더 심하게 말하자면 천 원에 3개짜리 풀빵보다도 맛없는 빵을 베이커리랍시고 비싸게 팔아대며 처음 보고 다시 안 올 사람들의 주머니를 뜯어가고 있다. 이런 카페들이 당연히 오래갈 리가 없다. 그래서 주인과 인테리어가 매번 바뀌고, 건물주들은 뭐나 되는 양 월세를 비싸게 올려 받기가 급할 것이다. 카페가 많이 생겨서, 건물주가 월세를 많이 받아서,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고, 그래서 카페 운영이 망할 사업인 것도 아니다. 어떤 분야나 많이 생기면 좋다. 다윈의 법칙에 따라 많으면 많이 생겨야 우성인 종이 더 많이 생겨나서 생존할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 카페가 많아서 망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한 번 보고 별 볼 일 없는 그저 그런 카페이기 때문에 망하는 것임이 확실한 곳이 아주 많이 있다.
'축제'나 '행사'는 듣기만 해도 즐거운 단어이다. 문제는 본질이 없다는 것에 있다. 생활수준이 이전보다 조금 높아졌다고 나름 음주가무의 문화에서 약간은 벗어나 카페이니, 미술관 같은 곳을 찾아 본질은 하나도 안 변하면서 뭔가 좀 있어 보이는 기록을 남기고 싶은 여전히 공허한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 SNS 탓도 있는 것 같다. 맛과 본질은 보이기가 쉽지 않으니 뭔가 보이는 기록을 남겨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이다.
어떻게 하다가 자주 가는 근교의 도시들을 탐방하는 재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런 곳마다 카페거리가 있어서 일을 보러 가는 김에 한 곳씩 들러서 공간도 보고 차 한잔의 여유도 갖기로 했다. 안양의 동편마을 카페거리, 광교와 보정역의 카페거리, 장흥과 같은 곳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그런 곳이 다른 곳과 차별화된 괜찮은 곳인지 알아보는 방법은 해 질 녘에 가보면 알 수 있다. 나는 공간이 주는 느낌을 잘 느끼는 편인데, 그나마 낮에는 뭐나 있는 곳들 같았는데 막상 저녁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이 뭔가 텅 빈 공허함이 몰려왔다. 그 허한 느낌과 깜깜하고 조용한 야경은 고즈넉하고 고요하다기보다는 마치 아이가 낮잠에서 깨어나 느끼는 한낮의 불안감과 폐허감 같은 것이었다. 후기에는 그런 곳의 음식이나 빵 등이 맛있다든지 좋은 후기들이 있었지만, 외국에 그래도 7년 이상을 살아서 웬만한 서양 음식은 먹어본 사람으로서 별 차별성은 느끼지 못했다. 그저 값이 질에 비해 엄청나게 비쌌는데 그래야 있어 보이니 그런 것 같다는 느낌 이외에는... 비싼 게 진짜 맛있을까 해서 비싼 브라우니와 여러 가지를 사서 먹어보았는데, 텍스쳐도 엉망이고, 브라우니는 미국에서 가장 흔한 간식 중의 하나인데 마트에서 파는 기성품보다 못한 것을 포장만 그럴듯하게 꾸며서 파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나마 카페 안에 있었다면 분위기상 그럭저럭 눈앞에 있는 것을 먹을 것이었지만, 집에 와서 풀어보면 왠지 먹으면 건강하지도 않고 살만 찔 것 같은 느낌에 손으로 주물럭거리다가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곤 했다. 허영 그득한 사회의 민낯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나마 비싼 가격을 붙여놔야 그런 거라도 해봤다는 사람들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일까?
주차도 힘든 곳에 가서 돈만 버리고 온 날의 기록....
(그놈의 거짓 리뷰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