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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프라이즈(ArtPrize)

by 이영선

2025년 가을, 미국에서 열리는 아트프라이즈 (ArtPrize) 예술 경연 축제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다지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한 장소에서 내 작품을 호스팅을 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공식 매칭이 되었다. 미국에 있었으면서도 땅이 워낙 넓어서 그런지 작년에서야 이 행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더 조사해 보니, 국내에서도 이미 이 행사를 비슷하게 도입해서 몇 년간 실행했던 것 같은데, 국내 예술계와 이것이 행해졌던 지역의 문화를 짐작해 볼 때 그 결이 현지에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행해지다가 말았을 가능성이 높다. 뭐든 그럴듯하고 신속하게 따라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문화나 예술의 감성적 결을 온전히 이해하고 현지화하지는 못했을 거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트프라이즈에 대해 간략히 요약하자면, 2009년부터 시작한 축제로 매년 가을에 미시간 주의 그랜드래피즈 (Grand Rapids. MI)에서 몇 주간에 걸쳐 진행되며 수십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람객이 도시 전체가 갤러리처럼 변하는 행사에 찾아오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연 축제이다. 올해는 90만 명 정도가 축제로 인해 도시를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경연이 나의 주요한 관심사는 아니지만 (나는 예술에 '경연', '콩쿠르', '대회', 이런 단어들과 관련을 시키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축제의 궁극적 지향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프라이즈'라는 축제명에 맞게 약 50만 불의 상금이 일반관람객의 공개투표와 전문가들의 심사위원상을 병행해서 수여된다. 본질적으로 이 축제가 지향하는 바는 예술을 통한 도시의 재발견과 공동체의 연결이며 미술시장과 컬렉터 중심이 아닌 지역성, 실험성, 개인성을 중시하는 좀 더 민주적인 축제이다. 한마디로 예술을 기존 화이트 큐브형식의 갤러리보다는 도시 전체에 풀어놓는 실험적 축제라 할 수 있다. 이 축제로 인한 지역 경제 수익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www.artprize.org)


물론 나는 이 축제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없어서 실제 설명과 어떻게 다른지는 말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원래는 이 축제 때문이라기보다는 한 친구가 이 지역의 '비현실적인 풍경'때문에 내가 생각났다고 했기 때문에, 낯 선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차에 이 축제를 우연히 발견하고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이었다. 홈페이지 안내를 통해 보이는 축제는 경직되고 다듬어지고 권위주의적인 것, 혹은 현대미술의 세련된 것과는 많이 달라 보였고, 축제의 기획과 진행방식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축제를 주도한 사람들이 기관이 아니라 몇 명의 예술가들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이렇게 예술가들이 자생적으로 모여서 지역예술의 취향과 색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다. 단지 축제 참가만을 위한 것이라면 비용 등 여러 면에서 가성비가 맞지 않겠지만, 할 수 있다면 내가 원래 하려던 여행에 이왕이면 작품을 출품하는 예술가로서 여행을 하고 싶었다.


현지에 있을 때 공연은 여러 번 했지만, 전시 작품을 해외로 보내고 하는 경우는 이번이 나도 처음이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운송 등 여러 해결해야 할 과제로 머리가 복잡하고 귀찮기도 하지만,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큰 기회에 미리 가벼운 예행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세상은 넓은데 굳이 나의 삶의 반경이 국내에만 귀속되어 있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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