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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몽상가 Oct 24. 2022

인정받고 싶은 마음
(오타 하지메, 2019)

인정 욕구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방법

 오타 하지메는 교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20년 이상 실증연구를 통해 인정 욕구가 사람을 성장시키고 일의 성과를 올리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주장해왔다. 동시에 인정 욕구에 대한 지나친 강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발견함으로써 인정 욕구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보는데 매진한 학자이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오타 하지메, 2019)

 책의 표지 제목 위에 적혀있는 ‘왜 노력하는 사람이 불행해지는가?’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인정 욕구의 긍정적인 측면보다 다소 어두운 측면을 주로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지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 김경일 교수의 「지혜의 심리학」, 허태균 교수의 「어쩌다 한국인」을 읽어 본 후에 이 책을 접해보니 훨씬 이해가 쉬웠다. 특히, EBS 다큐멘터리 교육대기획에서 칭찬의 역효과(6부) 편을 시청했었기 때문에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분이 계신다면 칭찬의 역효과를 먼저 시청해보기를 권해드린다. 

 

켄 블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처럼, 오타 하지메도 이 책에서 인정의 긍정적인 효과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인정받기 위해 선을 넘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뒤틀린 인정 욕구의 단면 또한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97년에 중학교 3학년이 저지른 고베 연쇄 아동 살인사건, 도쿄에서 대낮에 흉기를 휘둘러 7명을 살해한 사건 등이다. 다시 말해, 잘못된 칭찬은 고래를 병들게 할 수도 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인정받아야 하는 압박으로 다가오는 순간 우리는 인정 욕구라는 보이지 않은 감옥의 죄수가 되어버린다. 인정 욕구의 노예가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험을 기억한다면 자신을 한번 의심해봐야 한다.                


     

 “00 씨! 내일 발표 준비는 잘 되어가나요?” “(사실은 엄청 준비를 많이 했는데)아... 네... 근데 몸이 좀 안 좋고 일이 바빠서 사실 많이 준비는 못했어요... 어쩌죠?”“아이고..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제가 뭐 도와드릴 일은 없을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과대평가를 받지 않으려고 일부러 자기 평가를 낮추는 행위를 자기 불구화 전략이라고 한다. 자신의 약점을 보여줌으로써 주위의 기대를 낮추고 실패했을 때도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과연 위와 같은 상황에서 준비를 많이 못 했다는 표현이 진실일까요? 겸손한 표현일까요? 물론, 사실일 수 있겠지만, 주변 동료와 상급자의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직장인 중 누구도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노출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또 한편으로는, 야근하지 않고 주어진 휴가를 다 쓰면서도 상사나 동료들에게 “00 씨! 언제 이런 걸 다 했어? 대단한데!”라는 말을 듣고 싶어, 몰래 야근하거나 일찍 출근하거나 남들 안 볼 때 일한 적은 없나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인정 욕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데 있다. 교육사회학자인 혼다 유키는 과로를 유발하는 한 유인으로, 일에서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심리를 직장이 교묘하게 활용하는 ‘열정 착취’때문이라고 한다. 때로는 나에 대한 칭찬과 배려가 오히려 부담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나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높아질수록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성장시키지도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누군가를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을 인정 욕구의 노예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인정 욕구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책에서는 몇 가지 제시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보기를 권해본다. 나한테도 인정을 받아야 하는 압박감 때문에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건 아닌지를 성찰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는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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