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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몽상가 Oct 25. 2022

청남대에서 만난 사람들

사람 사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느끼다

토요일 아침에는 왜 이리도 일찍 눈이 떠지는 걸까? 마음은 한 주 동안 부족했던 잠을 좀 채우라는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는데 몸은 거꾸로 반응한다.  하필이면 날씨도 너무 청명하다. 꾸물대는 게 싫어 일단 집 앞 헬스장으로 간다. 시원하게 땀 흘리고 나서 가족들과의 주말 나들이를 계획한다. 청남대 당첨! 과거 대통령의 별장이었던 곳이라서 그런지 관리가 잘 되어있고, 대청호가 있어 맑은 날 가족들과 산책하기 딱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별장안에 있는 골프장에서 열리는 재즈 콘서트와 온 뒤 맑은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 걷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두 딸밤을 지새우며 비행하고 온 아내에게는 다소 무례한 일정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광장에 들려서 역대 대통령들의 동상을 보며 한분 한분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분들께 가장 하고 싶었던 첫마디는 "감사합니다!"였다.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깊은 시대적 번뇌와 불확실한 결정을 해야만 했던 그분들의 속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후대의 역사적 평가는 많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올바른 결정을 하고자 최선을 다했던 그분들의 노력은 존중해주고 싶다.


한편 꼭 드리고 싶었던 질문은 "왜 그러셨어요?"였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다. 그런데 현재의 질문에 답해주는 과거는 없다. 그래서 동일 인물과 같은 사건에 대한 현재의 평가와 해석이 다양한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역대 지도자들의 흔적들을 보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쓰셨다는 글귀에 발걸음이 멈췄다. "사람 사는 세상"  흔히 듣고 자주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노무현이라는 존재 때문인지, 그분의 정치인생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깊은 잔상을 남겼다.


이 세상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청남대에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것이 개인적인 영달과 권력욕 때문이었는지, 진정성 있는 순수함 또는 절실함 때문이었는지 난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게 믿어야 희망이 생길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지금 내가 생각하는 '사람 사는 세상'이곳을 찾은 연인, 가족, 친구들 그리고 이들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버스 운전기사, 식당 종업원, 주차 관리원,  안내원들처럼 각자 찾을 수 있는 여유와 잠깐의 휴식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지금의 일들을 가까이에 있는 행복으로 느끼고 서로의 존재를 소중히 생각하는 세상이다.


청남대에서 역대 대통령들만 만난 게 아니라 이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느끼게 해 준 사람들을 만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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