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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몽상가 Jan 08. 2023

최재천의 공부(최재천, 안희경)

알면 알수록 사랑하게 되는 삶의 공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고 소감을 정리하다 보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의 발걸음은 최재천 교수님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자연을 사랑한 사람들로부터 시대를 초월하는 큰 가르침을 받고자 이번에는 최재천 교수님을 찾아갔다.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으로서 해야 할 역할과 사명을 충분히 하고 계신 분이기에 시대를 초월하는 가르침을 분명 주실 거라 믿었다. 역시나 교수님께서는 그 믿음을 저버리시지 않았다.   


 최재천 교수님은 평생 생태계를 연구하고 관찰해오신 과학자이지만, 그동안 출간하신 책들을 보면 너무 부드러운 문체로 독자들의 감성과 이성을 자극하는 특유의 능력자이시다. 이번 책도 재미저널리스트이자 <이해인의 말>을 쓴 안희경 작가와 1년 넘게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제목은 <최재천의 공부> 이기는 하지만, 본인이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평소의 생각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아마 고등교육 이상을 받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한편으로 맞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교수님처럼 서울대와 하버드대 타이틀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세상을 좀 더 먼저 살아본 기성세대의 교육자, 부모, 지식인들이 대한민국의 미래세대를 생각하며 깊이 새겨들어야 할 가르침들이 담겨 있다.  


     어떤 가르침들이 숨어 있는지 살펴보기 전에 책의 표지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책의 표지부터 남달랐던 점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제목에 교수님의 이름이 떡하니 붙어 있다는 점이다. 교수님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그동안의 강연과 집필하신 책을 통해 미루어 짐작했을 때, 자신의 이름을 제목에 붙이는 걸 상당히 부담스러워하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부터 뭔가 ‘큰 거 한방 준비했으니 내 말 잘 들어라!’라는 선전포고를 하고자 출판사와 합의를 보신 게 아닌가 싶다.


 두 번째는 책 표지에 목차가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고를 때 작가가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제목과 목차를 통해 얼마나 선명하게 알려주고 있는지를 나름의 기준으로 삼는다. 교수님의 명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제목과 책 표지에 있는 목차만 보더라도 어떤 가르침이 책 속에 담겨있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세 번째는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런데, 첫 페이지를 열자 나오는 아래 사진 한 장으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고, 교수님의 교육철학과 세계적인 석학으로서의 신념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세상에 던지는 울림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평생 생태계를 탐구하신 교수님의 입장에서, 눈에 보이는 동식물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스러운지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사랑하게 되고, 그래서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면 안 된다는 우침을 경험하게 된다는 의미를 독자들에게 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나의 과장된 해석일 수 있겠지만, 인간의 입장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눈높이를 맞추다 보니 사진 속 장면처럼 아이를 향해 무릎을 꿇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지금의 교육은 위 세대가 아래 세대를 압박하는 장치가 되어버렸고, 지금의 젊은 세대와 어린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정말로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숙고가 부족하다는 교수님의 지적에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아기 침팬지가 열매를 까먹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과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은 아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아기 침팬지에게 열매를 까먹는 법을 엄마 침팬지는 알지만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여러 차례 시도를 하며 실패하는 아기 침팬지를 그저 지켜만 본다고 한다. 그러면서, 엄마 침팬지는 능수능란하게 열매를 평평한 돌을 깔고 그 위에 견과류를 올려놓은 다음 뾰족한 돌로 쳐서 맛있게 먹는다고 한다. 이를 지켜보며 아기 침팬지는 엄마 침팬지를 계속 따라 하다가 어느 순간 성공하면 그 기억으로 다음부터는 열매를 잘 까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교수님은 교육을 동물식으로 하자는 조금 과격한 말씀을 하신다. 즉, 동물의 세계는 선생님이 없듯이, 있어도 잘 가르쳐주지 않고 그냥 거기 있으면서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게 하듯이, 우리도 너무 가르쳐 들려고 덤벼들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을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으로 명료하고 깔끔하게 정리한다. “나에게 말로 하면 잊을 것이고, 가르쳐주면 기억할 것이며, 참여하게 하면 배울 것이다.” 평소 내가 갖고 있던 교육철학과 너무 닮아 있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었다. 진정한 배움은 결국 누군가의 가르침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느끼고 경험하며 일어나야 하고, 누군가와 항상 함께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더욱 성장할 수 있고 삶이 건강한 공동체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책 속에는 너무 아름답고 값진 가르침들이 많다. 아마 각종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미 많이 소개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도 꼭 읽어보기를 강력히 추천해 드린다. 눈으로 글자를 읽고 있지만, 마치 두 사람의 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듣고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내가 받았던 교육과 배움의 과정을 떠올려보고, 지금의 나와 내 아이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천천히 고민하는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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