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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몽상가 Jul 11. 2023

세종의 수성(守成) 리더십

 "백성들의 평범한 생활을 위해 비범한 노력을 기울인 군주의 리더십"

세종의 수성 리더십(박현모)

 이 책은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 다양한 정책대안을 놓고 신료들과 토론을 벌이며, 가끔은 무서울 만큼 강하게 밀어붙이는 결단력의 소유자이자 조선시대 임금들의 준거(準據)인 세종대왕의 리더십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세종대왕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박현모 교수는 세종을 한국적 리더십의 원형으로 보고, 그 핵심을 ‘수성(守成)의 리더십’으로 정의 내린다. 국가최고경영자로서의 위업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창업보다 어려운 수성을 성공적으로 이룬 세종을 재현함으로써, 오늘날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세종의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세종과 정조는 거의 모든 국왕과 신하들이 ‘준거가 되는 군주’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다.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통해 가장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역사상 유일한 나라이다. 그만큼 성장의 아픔도 많았다. 지금도 성장통을 겪고 있다.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닥쳐올 위기에 불안해하고 있다. 학교는 공교육의 실패로 학생들이 시험과 평가의 노예가 되었다. 성적을 올려주는 학원만 있을 뿐 실력을 키워주는 진정한 교육기관은 거의 없다. 경제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으로 인해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대한민국 군도 예외는 아니다. 각종 악성사고로 인해 대국민 신뢰도는 하락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 새로운 제도, 조직, 마스터플랜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이 점에서 세종의 ‘수성 리더십’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수성기란 ‘창업(創業)-수성(守成)-경장(更張)-쇠퇴(衰退)’라는 동양사상의 체계순환론에서 두 번째 단계로 건국이라는 어수선한 시기를 지나 나라가 안정화되어가는 시기를 의미한다. 세종대왕이 보여준 국정운영 철학은 한국형 리더십의 새로운 모델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책 속에 소개된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본 그 가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결같이 정성스러운 외교이다. 세종 시대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중국과의 관계였다. 당시 조선은 중국의 과도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다. 세종은 명나라로부터 ‘소 1만 마리’를 요구받았을 때 ‘한결같이 정성스러운 사대외교’로 황제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결같이 정성을 다하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다는 점에서 세종의 외교정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군이 국민을 위해, 지휘관이 부하를 위해, 동료를 위해 한결같은 정성스러움으로 정책을 실천하고 부대를 지휘하고 관계를 유지한다면, 비록 단시간 내에 가시적 효과가 없을 수 있겠지만 언젠가 우리가 바라던 세상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둘째, 지식경영자로서의 리더의 역할과 방식이다. 세종시대 경연(經筵)에는 ‘말’을 맡은 언관(言官), ‘일’을 주관하는 정승(政丞), 그리고 말과 일을 함께 담당하는 승지(承旨)가 참여했다. 그야말로 현대판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자 원스탑(one-stop) 업무처리 방식이다.       


 조선시대는 왕과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웠다. 왕의 생각에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목숨을 던지는 용기가 있어야 가능했다. 지금 우리는 탈권위적인 리더를 선호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한 소통을 중시한다. 하지만 현실은 과연 어떨까? 참여자가 많을수록 배가 산으로 갈 거라고 걱정한다. 의견제시와 토론의 진행은 항상 상급자의 몫이고 하급자는 질문이 없다. 질문했다가 회의 시간만 늘어났다는 핀잔, 상급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거나 개념 없다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잠재해 있다. 결국, 찬성과 반대의 치열한 논쟁이 없다. 결정권자 또는 지시한 상위부서는 기다려주지 않기에 빨리 답을 내고 산물을 만든다. 


 세종대왕은 달랐다. 사안을 두고 “어쩌면 좋겠는가?” 하고 문제를 던져놓고 기다린다. 이에 회의 시간은 다소 길어졌지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거의 다 드러나곤 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토론 기간 내내 세종대왕은 끝까지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귀를 기울였다는 점이다. 세종시대의 가장 큰 개혁은 세제개혁이었다. 무려 17년간이나 대국민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물론,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단 며칠 만에 가능할 것이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17년의 세월은 절대 인내할 수 없는 기간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리더가 인내심을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점이다.      


 리더는 입을 다물고 귀를 열어야 한다고들 많이 이야기한다. 그래서 직업·직책·직무·공직자에 쓰이는 ‘직(職)’의 의미를 잘 새겨볼 필요가 있다. 책임 있는 자리를 뜻하는 직책 직(職)은 귀 이(耳) + 소리 음(音) + 창 과(戈)로 이루어져 있다. 귀 이(耳)와 소리 음(音)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창 과(戈)는 해결한다는 의미이다. 과거 수렵 및 농경시대에 창은 먹을 것을 구하고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도구였다. 즉, 문제해결 능력을 의미한다. 잘 새겨듣고, 서로 이야기하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가 직(職)에 담겨 있다. 이를 순서대로 행하는 것이 리더에게 주어진 직책과 직무를 다 하는 것이라고 세종대왕은 역사를 통해 우리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세종대왕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다양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이 가장 적절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백성들의 평범한 생활을 위해 비범한 노력을 기울인 군주


 세종은 초인적인 자기 통제력, 인재를 양성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리더십, 경청의 자세와 탁월한 토론 진행능력, 실용적 외교를 통한 국익 증진으로 ‘백성들의 평범한 생활을 위해 비범한 노력’을 기울인 군주로 평가된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각자 맡은 바 일을 하면서 평범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와 비범한 노력을 보여준 군주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혁신사례를 찾고 지혜를 얻기 위해 미래와 외국으로만 망원경을 돌려보지 말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종대왕이 보여준 리더십은 비록 지금과 시대적 환경이나 여건이 매우 다르기에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비춰주는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책을 소개했다. 역사 속에서 미래에 대한 혜안을 세종대왕과 함께 고민하고 싶은 분들에게 ‘세종의 수성(守成) 리더십’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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