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욕심 유전자
나는 노래방 18번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나에게로의 초대이면서 정작 스스로를 모르는 대기업 8년 차 영써티 직장인이다.
다행히 내 오랜 연인은 나를 잘 안다.
그는 내 우울함이 나의 욕심 때문이란 걸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큰 거 바라는 것도 아니고, 바람도 말 못하나 하고 입이 빼쭉 튀어나왔었다.
그래도 그의 n년간의 교육 덕분인가, 나는 내가 바라는 게 욕심인지 이룰 수 있는 꿈인지 분간하는 메타인지력이 향상되었다.
욕심 유전자는 우성일 거야
내가 자라온 환경을 말해보면, 물욕이 많은 어머니와 명예욕이 큰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욕심의 유전자를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욕심 유전자는 우성 유전자인 건가?
나는 물욕과 명예욕이 모두 많은 사람으로 자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머니처럼 악착스럽게 부지런한 유전자와 아버지처럼 명죽명사하는 가오의 유전자는 전달되지 않았다.
집안의 가장으로, 어릴 땐 오빠와 동생들 뒷바라지를, 커서는 거기에 자식들이라는 무게까지 짊어지고 악바라지처럼 독하게 살아온 어머니.
돈의 무서움을 아주 일찍이부터 알게 된 어머니는 본인의 몸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몰아붙여 그 욕심을 이루어내셨다.
역시 가난한 집안의 막내로, 집안의 지원은 형들에게 밀려 공부는 언감생심이었던 유독 총명했던 아버지.
그 총명함을 집안의 어려움 때문에 끝내 펼치지 못한 게 미련으로 남아, 생업의 고단함에도 사회 활동에 열심히 매진하시더니 소정의 성과를 이루셨다.
그 욕심들이 타의에 의해 만들어져서 그런가, 내가 귀에 못 박히게 들은 말은 ‘공부 잘해서 취직 잘되는 좋은 대학, 좋은 과에 진학해 좋은 회사에 취직하여 월급쟁이로 살아라’였다.
물론, 자식들을 위해 최선의 지원을 다 해주셨다.
하지만 그 지원은 귀에 못 박힌 말을 목표로 하는 지원이었고 더 큰 꿈을, 더 먼 인생을 그리는 법은 모르는 채로 컸다.
부모님을 탓하는 건 아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로 인생의 대부분을 쩔쩔매며 사셨으니까.
그들의 꿈은 자식들은 당신들과 달리 고단하지 않는 것이었을 테니까.
그들의 헌신적인 지원 덕분에 지금이라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월급쟁이 목표를 이루고 난 후 1년도 안되어서 내 상태는 심각해졌다.
월급쟁이 이후에 대해서는 한 번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하루하루 그냥 살아갔다.
아—— 어차피 매일 이렇게 살다가 인생이 끝날 텐데, 당장 내일 아침 눈을 뜨지 못해도 아쉬울 거 하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다행히랄까 그 생각이 더 깊어지려 할 때 회사일이 바빠 어찌어찌 그 시기를 잘 흘러보냈다.(고 착각했다.)
당장 급한불은 예기치 않은 회사 문제로 잘 수습된 듯했지만 왜 그런 불이 지펴졌을지 지금 생각해 보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이전 삶과는 변화가 컸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전의 삶과 현재의 삶 모두 유지하려는 나의 욕심이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평일엔 일과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에 매달리고, 주말엔 친구들과의 관계에 매달리고..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진이 빠지는 내향형 인간이 말이다!
그러나 내게 시간과 체력은 한없이 유한해 부족했고, 결국 취미부터 포기했다. 억지로라도 하던 운동도 그만뒀다.
결국에는 이전 삶 전체를 포기하게 되었고, 내 욕심의 힘으로 꽉 쥔 두 주먹 사이에 마음이 흘러내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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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 돌아오면,
직무 이동 한 조직이 자리를 잡지 못해(유행에 편승해 외부인원들만 잔뜩 데려다 급조한 조직이다.), 서포트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되려는 욕심을 부리고 점점 과해지고 있는 중이다.
욕심에 대한 방법이나 조직의 철학은 없다. 그냥 본인들을 빛내줄 과제를 사원들이 직접 발굴해 수행하는 거다.
주인공이 되고 싶으면 조직단위로 협업을 해야 하는데 조직 내부에서 세력싸움으로 그것도 진행이 되지 않는 이상한 곳.
회사가 아니라 임원 자신들을 위한 의사결정(도 아니다 평가만한다.)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동류의 사람인 나는 알았다.
여긴 나 같은 게으르고 대책 없는 욕심쟁이의 소굴이다.
내 머릿속에 빨간 경광등이 왜앵 소리와 함께 울린다.
욕심 주의 경보
타인의 욕심에 잡아먹히기 전에 대피 경로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내 주도적 인생 살기 프로젝트에 대한 계기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