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것이 틀렸을 때도, 계속 쓰기로 했다

프롤로그

by youngvocati

첫 브런치북 〈실천이 말을 걸었다〉 이후 꽤나 긴 시간이 걸리고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동안 글을 안 쓴 것은 아니지만 뭔가 글을 쓰다가

걸리는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글을 쓸 동안에 나는

공허와 루틴, 실천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내 입으로, 내 언어로, 최대한 정리해서 꺼내놓았다.


“이제부터는, 내가 써놓은 것처럼 살기만 하면 되겠지.”

솔직히 말하면, 그런 생각까지 조금 했다.

실천에 대해 말했으니,

이제는 그 실천이 잘 굴러가는 삶을 보여주면 된다고.


그런데 그 책을 완결하고 난 뒤,

글을 쓰는 텀은 오히려 더 길어졌다.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게 아니라,

뭘 어떻게 써야 할지 자신이 없어진 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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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름대로 “아는 게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이어트에 대해서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는 기본 공식이 있었고,


운동에 대해서는

“꾸준함이 최고의 능력이다”,

“루틴이 끊기면 다시 처음부터”라는 말을 믿어왔다.


정신과 자기 계발에 대해서는

“생각이 행동을 만든다”,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

“의지는 근육이라 쓰면 기른다” 같은 문장들을

책과 영상, 강의에서 주워 담아 두었다.


대충 정리하면,

내 머릿속엔 이런 괄호가 있었다.


> (이렇게 하면 된다)


그리고 나는,

그 괄호를 꽤 성실하게 믿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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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살아보니까

그 괄호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는 거다.


다이어트를 해보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는 문장은

칼로리 계산표 위에서는 맞는 말인데,


내 몸 위로 내려왔을 때는

피로, 폭식, 요요, 자책과 엮여서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운동은 꾸준히만 하면 된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쉬지 않는 꾸준함이

오히려 몸과 멘털을 같이 갉아먹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루틴을 지키겠다고 버티다가,

한 번 무너진 뒤에는

“역시 난 안 되나 보다”라는 문장을 들고

며칠, 몇 주씩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던 날도 있었다.


어느 수업 시간에 배운 공식,

자기 계발 책에서 본 문장,

누군가의 성공담에서 들은 방법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내 삶에 적용해 보았지만,


나오는 결과는

그들이 말한 결과와는 전혀 다른 모양일 때가 많았다.


그때부터 이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


> “이거, 내가 아는 게 틀린 건가?”


아니면,


> “지식은 맞는데,

> 방향이 애초에 틀렸나?”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머릿속에 쥐고 있던 몇 문장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느꼈다.


그래서 생각했다.


> “책을 더 찾아봐야겠다.

> 이론도 제대로 다시 공부해 봐야겠다.

> 그냥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만 쓰기에는,

> 내가 너무 많이 모르고 있다.”


어느 쪽이든,

“내가 아는 것”을 그대로 믿고 쓰기에는

뭔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 계속 따라다녔다.


그래서 글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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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려면,

최소한 나 자신이라도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렇게 했다 → 이렇게 되었다”라는

깔끔한 Before & After.


그게 없으니까,

에피소드를 써도 끝이 자꾸 애매했다.


- 다이어트를 했는데,

체중은 조금 빠졌지만 멘털은 더 지쳐 있는 상태라든가

- 루틴을 만들었는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그 루틴이 아무 힘도 못 쓰는 상황이라든가

- 책에서 배운 방법을 따라 했는데,

내 생활 리듬과는 도무지 맞지 않는 경우들.


결과가 애매하니까,

글도 애매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애매한 상태를 보여주는 글은 가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아예 쓰지를 못했다.


그런데 한동안 그런 식으로 버티다 보니,

뒤늦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알고 있던 대로 안 흘러가는 이 시간들,

> 이 애매한 구간들을 건너뛰기 시작하면,

> 내 기록은 점점 현실에서 멀어지겠구나.”


실제로 살아보면,

대부분의 시간은 “성공”과 “실패” 사이 어딘가에 있다.


몸무게도, 성적도, 사업도, 관계도

깔끔한 결론이 나기 전의

길고 지저분한 구간이 훨씬 길다.


만약 내가 결론이 난 이야기들만 골라서 쓴다면,

그때부터 내 글은

진짜 나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한 번 더,

인정해야 했다.


> “그래,

> 내가 아는 것이 틀릴 수 있다.

> 혹은,

> 내가 아는 것을 적용해 온 방향과 방식이 틀렸을 수 있다.”


이건 꽤 불편한 인정이었다.


“몰랐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알고 있었는데 틀렸다”라고 인정하는 게

더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여기서부터 다시 쓰지 않으면

앞으로도 글을 제대로 못 쓸 것 같았다.


쓰는 것과 동시에,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이때부터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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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연재는,

조금 다르게 시작해보려 한다.


완성된 이론이나

실패 없는 인증을 보여주는 대신,


> 내가 아는 것이 틀렸다는 걸

> 인정하는 지점부터 다시 적어보려 한다.


어느 수업에서 배운 공식이

내 몸에서는 다르게 작동할 때,


다이어트에 대한 책과 연구에서 본 그래프와

내 체중 그래프가 전혀 다른 모양을 그릴 때,


자기 계발 책에서 말하는 “성공 루틴”을 따라 했는데

내 생활과는 도저히 맞지 않을 때,


그 어긋난 지점들을

실패로만 처리하지 않고,

기록의 한 챕터로 받아들이는 것.


이 연재에서 나는,


- 몸에 대해서 새로 알게 된 것들

- 다이어트, 운동, 피로, 회복, 통증, 체력, 수업에서 배운 이론들

- 정신에 대해서 새로 알게 된 것들

- 공허, 의욕, 불안, 번아웃, 의미, 자존감

- 기술에 대해서 새로 알게 된 것들

-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에 의미를 두고 살아갈지 계속 찾아가는 자기 계발의 과정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둘러싼

환경·돈·관계라는 외부 조건을 같이 묶어서 적어보려고 한다.


어떤 글은 하루의 장면에서 시작될 거다.

야식 배달앱을 켰다가 끄는 순간,

체중계 위에서 숫자를 내려다보는 눈빛,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던 밤 같은 것들.


어떤 글은 책·연구·수업에서 나온 한 문장에서 출발할 거다.

어디서 들은 설명 하나,

몸과 마음에 대한 그래프 하나,

사업가 인터뷰 속 짧은 문장,

돈과 자유에 대한 문단 하나.


출발점은 달라도,

언제나 보려고 하는 건 하나다.


> 내가 아는 것(v1)을

> 실제 삶에 대입해 봤을 때

> 뭐가 맞았고, 뭐가 틀렸는지.

>

> 그리고 그 차이에서

> 내가 나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게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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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연재는

정답을 정리하는 기록이라기보다,


살아가면서 계속 수정되는 생각들을

그때그때 적어두는 실험일지에 가깝다.


“나는 이런 걸 알고 있다”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살아보니까 조금 달랐다”에 가까운 이야기들.


틀린 줄 알면서도 한동안 붙잡고 있었던 기준들,

맞는 줄 알고 믿었지만

결국 내려놓게 된 방식들,

그 사이를 오가면서 업데이트되는 관점들.


그걸 youngvocati라는 이름으로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적어보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아마,

책과 영상, 수업과 누군가의 말에서

수많은 “이론적인 정답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답대로만 되지 않는 현실도

나만큼이나 자주 겪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시 이 연재를 따라오다가,

당신도 자신의 삶에서


> “아, 그때 내가 아는 건 틀렸구나”


라고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그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실천을 조용히 응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천 이후의 삶.

내가 아는 것이 틀렸을 때도,

그래도 다시 배우고 싶어서 쓰는 기록을

여기서부터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