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과 그대로인 몸무게 사이에서
아침 알람을 끄고 나면,
제일 먼저 자전거 생각이 났다.
올해부터 진지하게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말은 해놓고,
1학기 내내는 학교 적응하느라 운동을 제대로 못 했다.
그래서 여름방학부터는 자전거를 다시 꺼냈다.
자전거는 내가 좋아하는 유산소 운동이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얼굴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
도로 위의 공기가 몸을 훑고 지나가는 그 느낌이 좋았다.
2학기엔 통학 시간이 편도만 한 시간 반이 넘었다.
그래서 기숙사를 신청했는데, 거리 때문에 떨어졌다.
“어떡하지…”
계속 이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자전거 좋아하잖아.
> 그럼 자전거로 통학하면 되지 않을까?
지도 앱을 켜서 집에서 학교까지의 루트를 봤다.
잠실 주차타워까지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면 편도 31km, 왕복 62km.
생각보다 숫자가 크게 뜨자
잠깐 멈칫했지만,
방학 동안 50km 넘게 쉬지 않고 달려본 적도 있었고
평소에도 자전거를 꽤 꾸준히 탔어서
“할 수는 있겠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잠실에 로드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주차타워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선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학기가 시작되면서
나는 자전거 통학을 시작했다.
해뜨기 조금 전,
아직 차가 덜 나온 도로를 타고 나가면
동네 편의점 간판 불만 켜져 있는 골목을 지난다.
강변 자전거 도로에 올라서면
안개가 살짝 깔린 강 위로
햇빛이 번져 나오기 시작한다.
팬츠 밑단에 묻어오는 물기,
헬멧 안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
가끔 옆을 스쳐 지나가는 다른 자전거들.
그 사이를 지나면서
나는 매번 같은 생각을 했다.
‘지하철 타는 것보단 이게 훨씬 낫지.’
지하철을 타고 통학하던 때처럼
사람들 사이에 끼어 진이 빠져서 도착하는 일은 없었다.
페달을 밟으면서 학교로 가는 길,
그 시간만큼은 정말 좋았다.
‘자전거로 통학한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조금 특별한 사람처럼 느끼게 해주기도 했다.
문제는,
살이 안 빠졌다는 거였다.
헬스장도 거의 매일 갔고,
자전거 통학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했다.
먹는 것도 나름 신경 써서 조절했는데
체중계 숫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물기를 대충 닦은 발로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숫자는 비슷한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처음엔 그저 신나게 타기만 하면 됐던 자전거가
어느 순간부터는
칼로리와 체중을 떠올리게 하는 운동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타는데,
왜 안 빠지지?’
날씨가 서서히 쌀쌀해지면서
그 질문은 더 자주 떠올랐다.
아침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자전거를 끌고 나가는 날은 줄어들었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걸어 내려가는 날이 늘어났다.
그렇게 통학은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가는데,
체중계 위의 숫자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