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시작되지 않은 여행

친구들과 떠나는 첫 여행 전날 밤

by youngvocati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친구들끼리만 떠나는 여행을 가기 하루 전 밤이다.


이번 주에는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번이 처음으로 부모님 없이 가는 여행이구나.’


그 생각이 지나가는 순간,

가슴 한쪽에서는 설렘이,

다른 한쪽에서는 이름 붙이기 어려운 막연한 두려움이

조용히 고였다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여행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부모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었다.

출발 날짜도, 숙소도, 가는 동선도

누군가가 이미 정해 둔 일정 위를 따라가는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나에게 꽤 낯선 자극처럼 느껴졌다.



나는 오래전부터

“여행을 좋아한다”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내가 말하던 여행은

어딘가에서 정해 준 계획 안에서 움직이는 시간이었지,

내가 선택한 시간과 사람,

내가 고른 방향을 따라 걸어가는 여행은

아직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머릿속에서만 돌려 보는

‘진짜 여행’의 이미지는 늘 비슷하다.


배낭 하나만 메고 혼자 떠나는 사람.

어디로 갈지 정확히 정해 놓지 않은 채,

도착해서야 그날의 숙소를 찾고,

낯선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잠깐씩 말을 섞는 사람.


아직 그런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이것은 어쩌면

영상과 책과 상상으로만 구성된 개념일 것이다.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여행이란

결국 ‘새로운 자극을 받는 일’에 가까운 것 같다.


처음 가보는 장소에서,

처음 마주치는 사람들과

조금씩 일상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시간이

내 안에 쌓여 있는 이야기들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나는 스스로를 꽤 집돌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방, 익숙한 동네,

익숙한 루틴 안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렇게 낯선 자극을 받는 일에는

왠지 모를 기대가 있다.


물론 여행을 가서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믿지는 않는다.

피곤하고,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두려워하면서

경험 자체를 피하고만 산다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크게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곧 나는 학생 생활을 잠시 접고

휴학을 선택한 상태가 된다.


처음으로

‘내가 스스로 내린 선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결정이다.


앞으로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불확실함도, 책임감도 같이 따라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택 이후의 올해와 내년,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질 시간들이

이상하게 기대된다.


내가 앞으로 써 내려갈

나만의 이야기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10대를 떠올리면

아쉽고 후회되는 선택들보다 먼저,


무언가 열심히 하고는 있었는데

정작 무엇을 향해 가고 있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 시간들의 공백이 함께 떠오른다.


성적과 일정과 할 일 목록들은 분명히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에

‘이건 분명 내 이야기다’라고 부를 수 있는 문장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언젠가 20대를 회상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래도 꽉 차게 살아봤다.’

라고 조용히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안에 실패가 있든,

후회가 있든,

운 좋게 굴러온 성공이 있든,


무엇이든 그때그때의 경험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이야기로 남겨 두는 일.

어쩌면 그게,

내가 글을 쓰는 가장 솔직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이면 나는

처음으로 부모님 없이 떠나는 여행길에 오른다.


아직 출발하지 않은 이 밤에,

이 설렘과 두려움과 약간의 공허함을


한 번 글로써 남겨 두고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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