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은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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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콤플렉스'라는 용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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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며 노력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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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지만, 과거 나는 확실히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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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에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평생 노력했지만, 결국 인정받지 못해 폭발하는 아들의 이야기가 종종 소재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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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도>에는 서자로 태어난 조윤이 평생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다, 끝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 조원숙대감을 죽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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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은 평생 아버지의 기대를 위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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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기대를 위해 사는 것의 치명점은 끝내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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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기대를 위해 사는 사람은 그 기대가 무너졌을 때 자신도 무너져 내리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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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무너진 충격으로 인해, 아버지를 죽이기에 이르는 조윤과 같이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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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기대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의 기준을 따라 사는 사람은 외부 충격에 의해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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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네. 나도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타인의 기대 같은 것은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일세. (<미움받을 용기>,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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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년 가까운 세월을 ‘좋은 아들’, ‘좋은 형’이라는 기대에 따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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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실은 정작 부모님이나 동생은 내게 이러한 기대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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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내게 이러한 기대를 강요하지 않았지만, 나는 자발적으로 ‘좋은 아들’, ‘좋은 형’이라는 기대를 스스로에게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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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대가 내게 오랜 기간 무거운 부담으로 자리 잡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재작년 처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게 되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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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내 마음을 돌아보지 않고, 타인의 기대를 따라 살았던 결과 내 마음에 감기가 찾아왔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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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약을 복용하며 상담을 받았고, 나의 마음에 귀기울이는 삶을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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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현재는 약도 끊고, 별다른 우울이나 불안 증세 없이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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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인에게는 좋은 사람이 자신에게는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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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하게 스스로를 향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돌이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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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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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널 어떻게 느끼는지는 너가 관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바꾸려하지 말고 오로지 너의 인생을 살고 행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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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일은 타인이 아닌 나의 마음에 귀기울이고, 오로지 나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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