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영원 작가 Feb 08. 2023

나에게도 좋은 사람으로 살고 있나요?


우리 사회에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은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는 용어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며 노력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과거 나는 확실히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져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에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평생 노력했지만, 결국 인정받지 못해 폭발하는 아들의 이야기가 종종 소재로 등장한다.

영화 <군도>에는 서자로 태어난 조윤이 평생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다, 끝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 조원숙대감을 죽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윤은 평생 아버지의 기대를 위해 살았다.

타인의 기대를 위해 사는 것의 치명점은 끝내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타인의 기대를 위해 사는 사람은 그 기대가 무너졌을 때 자신도 무너져 내리기 쉽다.

기대가 무너진 충격으로 인해, 아버지를 죽이기에 이르는 조윤과 같이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타인의 기대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의 기준을 따라 사는 사람은 외부 충격에 의해 무너지지 않는다.

자네는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네. 나도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타인의 기대 같은 것은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일세. (<미움받을 용기>, p.154)

나는 20년 가까운 세월을 ‘좋은 아들’, ‘좋은 형’이라는 기대에 따라 살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작 부모님이나 동생은 내게 이러한 기대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도 내게 이러한 기대를 강요하지 않았지만, 나는 자발적으로 ‘좋은 아들’, ‘좋은 형’이라는 기대를 스스로에게 강요했다.

이러한 기대가 내게 오랜 기간 무거운 부담으로 자리 잡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재작년 처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게 되면서였다.

오랜 기간 내 마음을 돌아보지 않고, 타인의 기대를 따라 살았던 결과 내 마음에 감기가 찾아왔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꾸준히 약을 복용하며 상담을 받았고, 나의 마음에 귀기울이는 삶을 연습했다.

감사하게도 현재는 약도 끊고, 별다른 우울이나 불안 증세 없이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타인에게는 좋은 사람이 자신에게는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불필요하게 스스로를 향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돌이켜야 한다.

불교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타인이 널 어떻게 느끼는지는 너가 관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바꾸려하지 말고 오로지 너의 인생을 살고 행복하여라.”

우리가 할 일은 타인이 아닌 나의 마음에 귀기울이고, 오로지 나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한 번뿐인 인생, 나답게 살고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