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사용자 경험' 연재를 통해 좋은 UX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무엇이 좋은 경험을 만드는지 다룹니다.
좋은 UX 디자인은 왜 알기 어렵나
디자인은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치를 측정한다는 것은 정확한 수치로 평가가 가능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아래 그림에서 처럼 스마트폰들의 성능을 점수로 보여주고 우열을 가릴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 성능 비교 예시 (Source: benchmarks.ul.com)
UX 디자인은 이렇게 평가하기 쉽지 않다. 사용성 평가(Usability Testing)를 통해서 디자인의 일부 요소들을 측정할 수 있지만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그것이 꼭 좋은 디자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사용성 평가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도 우리에게 좋은 경험을 주지 못하는 디자인은 너무나 많다.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제품 디자인
물리적인 형태를 갖는 제품 디자인 역시 디자인의 우수함을 측정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조금 다른 측면에서 좋은 디자인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 그것은 얼마나 이 제품을 '소유하고 싶은가'이다. 기능이 특별하거나 성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가지고 싶은 제품이 있다. 나는 그것을 제품 디자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실제로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디터람스가 디자인한 라디오, 턴테이블과 같은 제품들은 출시된 지 50년이 지나고 제품이 모두 단종된 이후에도 그것을 사고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로지 그 디자인을 소유하기 위해서 말이다.
TP 1 라디오, 디터 람스, 1959 (Source: vitsoe.com)
사용자를 먼저 배려하는 UX 디자인
UX 디자인의 경우는 어떨까? 여기서도 앞서 말한 '소유하고 싶은 디자인'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소유하고 싶은 UX 디자인이란 말은 성립이 어려워 보인다. 최근 NFT (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원본 이미지나 동영상 파일이 수억 원에 팔리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나는 저 모바일 앱을 갖고 싶어'라고 말하는 사용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UX 디자인은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할까? 나는 UX 디자인은 사용자가 그 디자인을 사용하는 '시간'을 디자인한다는 관점에서바라봐야 한다고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사용자를 기분 좋게 혹은 기분을 망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은 UX 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호텔에 가는 것을 예로 들면 쉬울 것 같다. 호텔은 고객에게 특별하면서도 편안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리는 그 호텔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얻기 위해 기꺼이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한다. UX 디자인도 이와 같다. 사용자가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시간이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사용자가 불편한 곳은 없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고민 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있다. 여러 자료에서 말하는 UX 디자인 원칙에 앞서 '과연 우리의 디자인이 사용자를 기분 좋게 배려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좋은 UX 디자인인지를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사용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은 오히려 그 본질을 해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보다 내가 경험하면서 배려를 느꼈던 실제 사례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관점과 개념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