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사용자 경험' 연재를 통해 좋은 UX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번 편은 네이버 지도에 담긴 사용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을 소개합니다.
기다림을 디자인하는 것
가장 디자인하기 어려운 UX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사용자의 기다림을 디자인하는 것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동안 사용자는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고 기다려야 한다. 사용자는 몇 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이 답답하고 길게만 느껴질 것이다. 꼭 이 경우가 아니더라도 사용자가 경험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필연적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디자이너는 기다리는 물리적인 시간을 줄이지 못한다. 그것은 엔지니어의 몫이다. 그 대신 사용자가 느끼는 '체감'시간을 줄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아래 그림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일이 얼마나 진행됐고, 얼마나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애플의 Loading status bar 예시 (Source: technobezz.com)
이것이 왜 중요한지는 다른 사람을 따라 모르는 길을 가보면 이해할 수 있다. 길을 아는 사람은 언제쯤 도착할지 예상이 되어 가는 길이 덜 힘들지만, 처음 가는 사람은 여기가 어딘지 언제쯤 도착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예전에 미국 영화에서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탄 아이가 "Dad, are we there yet?"을 끊임없이 질문하던 것이 기억난다. 귀엽기도 하면서 길을 모르면 저렇게 답답하구나 공감이 됐다.
예측을 통해 사용자를 배려하는 디자인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디자인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네이버 지도의 막히는 길을 미리 예측해 시각적으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아래 그림 오른쪽 긴 막대). 목적지를 설정하고 내비게이션을 실행하면 가는 길에서 막히지 않는 구간은 녹색으로, 조금 막히는 구간은 노란색으로, 많이 막히는 구간은 붉은색으로 표현해줘 언제 어느 정도 막힐지 사용자에게 미리 알려준다.
네이버 지도 화면. 앞으로 갈 길에서 막히는 구간을 정도에 따라 노란색, 붉은색으로 보여준다.
운전을 하는 것도 어쩌면 기다림의 연속이다. 막히는 길을 운전하면서 겪는 지루함과 답답함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이런 사용자의 힘듦을 우리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엔지니어가 데이터를 분석해 덜 막히는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면, 디자이너는 네이버 지도에서처럼 막히는 구간을 미리 알려줘 사용자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이 기능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한다. 주행을 하다 노란색으로 표현된 구간이 다가오면 곧 막히겠구나 하고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다. 혹은 목적지를 설정하고 길에 붉은색 구간이 많이 나타나면 목적지를 변경하기도 한다. 걸리는 시간만 보여줬을 때는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알 수 없지만 막히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내가 앞으로 겪을 일이 훨씬 더 선명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앞서 작성한 '배려하는 디자인 기분 좋은 사용자 경험'이라는 글에서 나는 UX는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시간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네이버 지도의 막히는 구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이 기능은 사용자 시간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도록 잘 디자인한 UX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