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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추천사 -1

by 김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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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추천사 -1


드디어 어제 늦은 오후 최종본이 인쇄소를 향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제 기다리는 것밖엔 없네요. 총 열다섯 편의 추천사 중 책 앞쪽에 실린 추천사 여덟 편을 먼저 공개합니다. 출판사와 상의하여 약간의 수정이 된 최종본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부탁드립니다. 저도 다시 읽었는데, 이런 분들이 듣보잡 작가가 쓴 첫 소설에 추천사를 써주셨다니 꿈만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1.

누군가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땀과 눈물, 희망과 좌절을 함께 체험하는 일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이 책은 단순한 개인 회고록이 아니라 한 세대를 관통하는 과학자들의 성장기를 기록한 생생한 연대기다. 그것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다큐멘터리보다 더 리얼하다. 실험이 실패해 허탈해하던 순간, 작은 데이터 한 줄에 가슴 벅차 눈물을 글썽이던 기억, 불안정한 현실 탓에 가족에게 미안했던 날들. 독자는 그 모든 장면 속에서 과학자는 결코 추상적인 ‘지식 노동자’가 아니라 불안과 열정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의 웃음과 눈물은 곧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 과학자에 대한 현실적인 대우와 사회적 인식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음에도 과학자의 길을 선택한 이들이 보여 주는 뜨거운 열정과 꺼지지 않는 호기심이야말로 진정한 자산임을 일깨운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빛난다. 과학은 인류의 지적 모험이며, 그 모험의 선두에 선 사람들이 바로 과학자들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논문 한 편이 세상을 바꾸리라는 믿음 하나로 묵묵히 실험실을 지켜온 이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서사시와 같다. 그 길은 고단했지만 동시에 찬란했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될 것이다. 과학자의 길은 쉽지 않지만, 그 길에서 얻는 배움은 세상의 어떤 보상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과학자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이 책은 분명히 말한다. “너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은 힘들고 외로울지라도 그 길 끝에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과 삶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마음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과학자의 솔직한 고백이자 후배 세대에게 건네는 따뜻한 격려의 편지다. 연구실의 불빛 아래에서, 또 낯선 해외 도시의 학회장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과학의 길을 걸어온 이들이 남긴 기록은 지금 한국 사회가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다. 무엇보다 과학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그 길은 분명히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는 책이다. 과학자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그리고 과학과 함께 미래를 열어 가고자 하는 젊은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과학이 왜 인간에게 여전히 희망의 언어인지를 보여 주는 증거다.

-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생물의 왕국> <찬란한 멸종> 저자


2.

‘과학자의 삶’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흔히 흰 가운과 차가운 실험 기구, 그리고 세상과는 동떨어진 고독한 탐구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여기, 그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뜨거운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은 성공도, 명예도 보장되지 않는 기초과학의 길을 택한 젊은이들의 인생 여정을 생생하게 복원해 낸 진솔한 회고록이자, 그들의 치열했던 시절을 흥미로운 서사로 빚어낸 매혹적인 에세이다. 서툰 인간이자 초보 연구자였던 인물들이 각자의 삶에 기다리고 있는 지적, 내면적, 물리적 장애물들과 맞서 싸우며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이것이 단지 특정한 전공이나 개인의 기억을 넘어 한 시대 청춘의 초상을 그려 낸 거대한 추상화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이 회고록인지 에세이인지, 팩션인지 소설인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어떤 이야기는 꼭 하나의 장르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고, 바로 그 이유로 우리에게 더 큰 감동을 주기 마련이니까.

- 문지혁, 소설가, <소설 쓰고 앉아 있네> <고잉 홈> 저자


3.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재미있게 보면서, 마음 한구석으로 왜 <슬기로운 과학자 생활> 같은 드라마는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는 호기롭게 생명과학자를 꿈꾸면서 대학에 들어갔다가 결국 중도 이탈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수많은 과학자가 자신만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김영웅 박사가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현실과 허구가 뒤섞인 글을 쓴다고 했을 때 반가웠던 이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1996년 3월 4일에 이야기 속 김영웅 박사처럼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첫 수업을 듣기 위해 숨을 헐떡이며 교정을 오르던 내가 떠올랐다. 1990년대 중후반에 대학을 다닌 1970년대생이라면 앞부분을 읽는 내내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뭉클한 마음이 들 테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백미는 나는 경험해 보지 못한 대학원 생활 이야기다. 성공보다는 좌절이 많았던, 그럼에도 결국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회고담을 읽으면서, 내가 취재원으로 만났던 수많은 과학자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욕심을 부리자면, 이 책을 바탕으로 정말 <슬기로운 과학자 생활> 같은 멋진 드라마가 나오면 좋겠다. 이 글은 주인공 김영웅 박사가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원을 졸업하는 데에서 끝나지만, 그 드라마는 김영웅 박사와 그 동료들이 과학자로서 활약하는 모습까지 조명하면 더욱더 좋겠다.

- 강양구, 과학 전문 기자,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과학의 품격> 저자


4.

친구처럼 친근하면서도 신화처럼 신비로운 과학 영웅들의 이야기. 재밌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유쾌함과 <빅뱅 이론>의 엉뚱한 천재들을 합쳐 놓은 듯한 느낌의 매력적인 진짜 리얼 영웅 전기다.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면서도 야식을 끊지 못하고, 함께 노래방에 가서 놀았지만 혼자 얄밉게 A 학점을 받는, 바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학점을 망치고 함께 재수강하며 쌓이는 끈끈한 전우애는 풋풋하다. 마치 마블 영화 속 영웅의 탄생기를 보듯, ‘과학 천재 영웅’의 능력이 서서히 드러나는 성장 서사는 짜릿한 재미를 준다. 친구의 눈부신 재능 옆에서 처절한 열등감과 좌절감을 느끼다가 결국 휴학과 군 입대를 선택하는 필자의 모습에서는 보편적인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학점 좌절과 군대 고난을 이겨 내고 돌아온 주인공이 우수상을 받으며 ‘복학생의 신화’를 써 내려가는 장면은 영화 <왕의 귀환> 못지않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은 과학자의 길에 놓인 양지뿐만 아니라, 그늘진 곳의 아픔까지도 숨김없이 담아낸다. 완벽한 계획으로 날아올랐던 기대감에 이어 찾아오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 가는 실패의 좌절감 사이를 오가며 독자는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된다. 마블 영화의 화려한 SF(Scientific Fiction) 초능력 전투 장면처럼, 대학원 연구실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Scientific Documentary’ 초능력 전투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을 선사한다. 명랑하고 유쾌하게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주인공들을 전문적이고 치열한 세계적 경쟁의 한복판으로 이끈다. 독자 역시 숨 가쁜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듯 숨죽이며 그들과 함께 달리게 된다.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연구 현장의 끔찍한 비극까지 날것 그대로 펼쳐져 현실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완벽한 패배, 그리고 세계적 대가와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평생의 인연으로 이어지는 기적 같은 순간들. 이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달려온 독자는 마침내 터져 나오는 저자의 “이십 대 청춘을 바쳐 박사 학위를 받아 낸 모든 이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라는 외침과 함께 뜨거운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마치 함께 그 길을 걸어온 듯 “해냈다!”라고 외치게 되는 벅찬 감동을 준다. 과학의 길을 시작하려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챔피언들의 피땀으로 가득한 그 생생한 세계 속으로 단숨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버리고 ‘슬기로운 학자생활’을 선택한 최형진,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해부학교실 교수, <먹는 욕망> 저자


5.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저자와 함께 같은 대학을 다니고, 같은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거치며 희로애락을 함께한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연구라는 긴 여정 속에서 맞닥뜨리는 좌절과 기쁨, 그리고 그 속에 깃든 초심의 열정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특히 20여 년 전 이공계 대학/대학원 생활을 경험한 독자라면, 이 책은 <응답하라 1996>을 떠올리게 하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 시절의 고민과 낭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잊고 지냈던 청춘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또한 이제 막 과학자의 길에 들어선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에게는, 선배 과학자들이 겪은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자신이 마주할 도전과 성장의 순간들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삶’이 담백하면서도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자의 삶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다시 나아갈 용기를 선사하는 특별한 기록이다.

- 박용근,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토모큐브 대표, <논문 쓸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저자


6.

이 책은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과학자의 삶을 배우고 훈련하는 순수한 청년들의 고민과 갈등을 진솔하게 ‘증언’한다. 저자와 주인공 ‘민수’는 실제로 생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생활을 거쳤으며, 현재도 생물학 연구 현장에서 활동 중인 연구자들이기에, 이 글은 실제 그들의 삶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에세이다.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집념은 등장인물들을 생동하게 만든다. 실제로 그들이 경험했고 실제로 아파했던 기억이기에 우리는 더 깊이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다. 이 책은 순수한 질문을 던진다. 학문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학자란 어떤 사람인가? 꿈이란 어떤 의미인가? 어쩌면 과학자로서 성공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수많은 절망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움틈’의 연속이 아닐까! 모든 기초과학자가 축제와 같은 삶을 살아가길 바라며 그들의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진짜 학자로서의 삶을 알고 싶은 청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원병묵,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부 학부장, <원병묵 교수의 과학 논문 쓰는 법> 저자


7.

포스텍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면 좋은 기억도, 신기한 기억도 참 많다. 공부 외엔 술 마시는 것밖에 할 게 없고, 같이 놀 사람도 전부 기숙사에 같이 살던 시절. 주 중이면 수많은 과제를 끝내고 밤 12시에 통나무집에 모여 술 마시는 게 일상이었다. 통나무집은 새벽 2시쯤 영업을 마쳤고, 금요일 밤이면 그마저도 아쉬워 학교 근처 효자시장까지 나가 밤새워 놀았다. 효자시장으로 가는 길에는 가끔 취한 이들이 드러누워 있기도 했는데, 그마저 익숙했던 그런 분위기였다. 물론 그렇게 술 마시고 놀더라도 다음 날 수업은 절대 빠지지 않았고 공부도 진짜 열심히 했다. 실험 수업 조교는 대학원생이 맡았는데, 대학원생은 더 열심히 했다. 연구자로 성장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훈련의 시간을 거치며 기본기는 자연스레 다져졌고, 그렇게 조금씩 생물학자로서 성장해 갈 수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포스텍에서 성장한 생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부는 당연히 하는 거였고, 틈나면 열심히 놀기도 했으며, 지도교수와 함께 논의하고 배우면서 전문가로 길러졌던 시기의 이야기다. 과학자의 길이 쉽진 않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어디든 비슷한 것 같다. 힘든 일은 늘 있지만,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기에 즐거운 일도 가득하다. 버티고 지내다 보면 그것도 익숙해지고 운이 좋으면 밝은 날도 올 테니까. 모쪼록 이 슬기로운 여정에 함께하시길 기대한다.

- 김준, 충남대학교 생물정보융합학과 교수,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저자


8.

나의 대학원 시절, 연구실 냉동고 안에는 당장의 쓰임은 알 수 없어도 버릴 수 없었던 선배들의 ‘유물’이 있었다. 샘플 박스에 가득 담긴 시료들과 그 뚜껑 위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꾹꾹 눌러쓴 글씨들은 선배들의 치열했던 고민과 인내의 흔적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경험은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던, 얼음으로 뒤덮인 선배들의 샘플 상자를 다시 열어 보는 듯했다. 활자 속에 녹아든 영웅과 민수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를 뛰어넘는 대학원생의 고뇌에 공감했고, 대학원 시절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 가슴 벅찬 위로와 감동을 느꼈다. 이 책은 대학원 시절을 거쳐 간 많은 이에게 아련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 막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거나 그 길 위에서 분투하고 있을 많은 후배에게 영웅과 민수의 이야기가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 주기를, 그리고 긴 여정 속에서 지치지 않도록 작은 위로와 용기를 건네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김지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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