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사람
불안이 깃든 기쁨.
계획했던 일이 아무런 차질 없이 진행될 때 기쁨만이 아닌 불안을 함께 느끼기 시작했던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때가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마도 그건 어른이 되면서부터였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아이는 불안을 모르니까. 아니, 몰라야 아이니까.
내 안엔 아직도 아이가 남아있다. 불안을 모르는 아이. 기쁠 때 기뻐할 줄 아는 아이. 순진함일 것이다. 그러나 내 안엔 어른이 넘쳐난다. 밖으로도 난 벌써 어른이 된 지 오래다. 기뻐할 때 마냥 기뻐할 줄 모르고 늘 불안을 함께 느끼는 어른. 가장 기쁠 때조차 어딘지 모르게 엄습할 것만 같은 불안에 두려워하는 것은 아마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 세상엔 아이보다는 어른이 더 많으니까.
늘 여백처럼 존재하는 영역 가운데 불안이 있다. 불안은 대상이 없다는 점에서 공포와는 다르다. 막연함. 이 막연함은 직간접적 경험에서 비롯된다. 이 경험은 우리 내면에 각인이 되고, 우리의 이해를 넘어선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우리 마음에 더 큰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일종의 방어 기작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와 동시에 우린 어른이 된다. 성숙해진다.
불안을 악으로 규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연스러운 인간의 성숙화 과정의 일환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피하거나 싸워야만 하는 적으로 식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불청객과도 같은 피할 수 없는 손님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 계속 아이로 남으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깊음과 풍성함을 겸비하는 어른으로 성숙해가는 사람이 있다.
불안을 넘어서는 유일한 방법은 불안을 불안으로 보는 동시에 불안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기쁠 때 불안을 함께 안고 기뻐할 줄 아는 것이다. 성숙한 기쁨. 나는 순진한 기쁨보단 성숙한 기쁨을 표현하는 사람이 좋다. 표면만이 아닌 이면을 보는 사람. 채워진 공간만이 아닌 여백을 보는 사람. 공감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은 후자에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