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성과 생명력

by 김영웅

현재성과 생명력


살다 보면 잊은 지 한참 지난 나의 꿈을 다시 기억나게 해주는 일을 만난다. 그러면 그 꿈을 처음 가지게 되었을 때의 내 손과 발, 그리고 귀에까지 들리던 심장 박동을 다시 듣게 된다. 가슴이 다시 뛰고 모든 게 순식간에 재해석되며 나도 모르게 사소한 일 따위로 불평과 불만에 가득 차 있던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또 한 번 성장하는 순간이다. 양파 껍질 같은 우물을 한 겹 더 탈출하는 순간이다.


우연을 가장해서 내 평범한 일상으로 침투해 오는 필연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다시 아이가 된다. 그 아이는 이것저것 많이 알아버려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비겁한 어른의 껍데기를 깨부수고 나온다. 다시 젊어지는 순간이다. 눈이 한층 더 깊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나는 눈이 깊은 사람은 아이의 눈을 간직하는 법이라고 혼잣말을 한다.


세상 때가 묻어 무엇에서나 경이감을 느끼지 못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가끔은 차라리 잘 모르고 싶다. 내 성장이 멈춘 것은, 그래서 가만히 앉아 늙어가고 있는 꼴이 되어버린 것은, 어쩌면 너무 많이 알아버려 실패할 기회를 놓쳐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효율이 늘어날수록, 베테랑이 되어갈수록 사라지는 건 낭만이고 성장이고 내 안의 아이다. 그리고 그것은 젊음이자 생명력과 같다.


번지르르하고 딱 떨어지는 맵시의 사람이고 싶었다. 하지만 점점 생각이 바뀐다. 적당한 선에서 그냥 놓아두기로 한다. 모르는 채로 있기로 한다. 비어두기로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불안해하지 않는 것. 불확실함을 끝까지 거세시키지 않는 용기. 오히려 그것을 끌어안고 해결해 가는 살아 숨쉬는 현재성을 나는 끝까지 놓지 않으려 한다.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없다면 그 삶은 생기가 사라진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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