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여백의 빛.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 자체가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인간성이랄까, 사람 됨됨이랄까, 혹은 순수함이랄까, 진정성이랄까, 하는 구체적인 단어를 선정하는 것조차 결례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생각하면 참 아름다운 사람.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빛나는 사람보다는 여백이 빛나는 사람이 좋다. 특별하게 꾸민 아이콘이 아닌, 삶의 바탕화면이 되는 일상에서 조용히 빛나는 사람이 좋다. 그 빛은 화려하지 않다. 잔잔한 빛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시공간에 자의든 타의든 눈을 주지 않는 이상 밝은 곳만 쳐다보다 작아져버린 동공 가지고선 어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빛나는 순간이 있고, 빛나기 직전 무대 뒤에서 대기하는 순간이 있으며, 빛이 없는 어두운 청중석에서 멀찌감치 무대를 바라보는 순간도 있다. 빛나는 순간은 찰나다. 보통은 실감할 새도 없이 지나가 버린다. 반면, 빛나지 않는 순간은 찰나의 여집합, 그러니까 우리 인생의 대부분이다. 그러고 보면 우린 대부분 여백을 살아내고 있는 셈이다.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삶의 여집합, 삶의 근간이 되는 일상이라는 여백 말이다.
우리 인생이 찰나의 빛나는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언젠간 빛날 그 순간을 위해 나의 모든 기다림의 시간들이 쓰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나의 눈은 기다리고 견뎌내는 순간들 위에 멈춘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저 빛나는 시공간이 아닌, 소박한 나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다. 동공이 확장되는 순간이다. 철이 드는 순간이다. 우리 눈은 어두워서 아무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곳에서 잔잔한 빛을 보게 된다. 소중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잔잔하지만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여백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깨끗한 여백, 풍성한 여백, 여유 있는 여백. 여백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