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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Mar 30. 2021

글의 진정성

글의 진정성.


글은 글쓴이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글쓴이를 숨기기도 한다. 드러냄으로써 숨긴다. 또한, 자기 자신의 과거를 솔직히 나누며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글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적절히 포장, 아니 조작하여 써지는 글도 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진정성이란 단지 거짓의 여집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목적에 부합하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부분적으로 삭제, 수정, 축소, 과장하여 글을 쓰게 된다면, 의도치 않게 거짓의 열매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처음엔 그러한 조작이 미약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어쩌다가 그렇게 새 창조된 자신의 페르소나가 대중에게 어필하기 시작하면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은밀하게 자기기만에 능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 맛은 거부할 수 없는,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멋들어지게 창조해낸 페르소나에 숨기 시작하면, 그 페르소나가 자신을 삼키고 조정하는 단계로 진행하게 된다. 모든 게 다 그 선택, 과장된 모습에 맞춰지다 보면 어느새 어색함은 익숙함이 되고 거짓은 진실이 된다. 이성은 합리화에 발 빠르게 쓰인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은 이러한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만큼 그렇게 견고하지 않다. 한 번 맛본 거짓의 열매는 너무나도 달기에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맛보고 싶어 진다. 자신의 성공적인 경험과 노하우는 가장 강력한 자신감의 동력이 되는 법이다. 그래서 자신이 만들어낸 페르소나는 점점 확장되어 나중엔 진짜 거짓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파멸의 시작이다.


글로 드러난 자기 자신은 하나의 페르소나다. 그것이 ‘나’이긴 하지만, ‘나’의 전부는 아니다. 글로써 글쓴이를 느끼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글쓴이를 온전히 다 알 수는 없다. 글의 진정성이란 단지 아무런 포장 없이 100% 솔직한 모습을 다 까발리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건 불가능할뿐더러 그렇게 써진다면 그건 글이 아니다. 글의 진정성이란 글로 드러난 페르소나와 글로 드러나지 않은 자기 자신과의 괴리가 없도록 투명성을 유지하는 애씀에 있다.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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