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소망과 감사
희미한 빛
불안이 급습하는 밤. 어두운 방, 침대에 누운 나는 창을 통해 들어와 벽과 천장에 맺힌 희미한 빛을 가만히 응시한다. 가끔은 자유로 느껴지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부서질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내 손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미래는 캄캄한 어둠뿐이다. 하지만 어둠에 익숙해져 동공이 확장된 채 희미한 빛에 의지하여 사물을 분간할 수 있게 된 나 자신을 돌아보며 문득 깨닫게 된다. 그제야 내가 보고 있는 희미한 빛을 감사하게 된다. 어둡지 않았다면,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을 저 빛. 구원은 눈부실 만큼 밝은 빛이 아닌 실 같이 희미한 빛으로 임하는 것인가 보다. 마음이 낮아졌을 때 비로소 존재를 드러낸다. 그 빛은 힘이 있다. 건져내는 힘, 해방시키는 힘, 자유하게 만드는 힘. 불안이 사라진다. 나는 마침내 눈을 감고 잠이 든다. 비록 언제나 희미하게 시작하지만 소망과 감사는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내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변화를 일으킨다. 불안을 잠식시키는 것도 어쩌면 부차적인 현상일 뿐이다. 아, 티끌 만한 소망과 감사만이라도 항상 유지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