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기억

by 김영웅

느린 기억


때론 느린 기억이 쫓기듯 살아가는 하루를 지탱해준다. 하릴없이 그저 멍하니 앉아 자연을 바라보거나, 그 사이로 난 하늘을 쳐다보며 천천히 걷거나, 조금 힘들면 방바닥에 베개를 베고 누워 눈을 감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주위의 작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던 기억.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지만 그런 느린 기억들은 묘한 힘이 있어 자꾸만 생각나고 그리워지게 된다. 고향도 아닌데 나는 향수를 느끼게 된다.


쉼이 되고 숨이 되는 순간들. 그 순간들을 기억한다는 것, 아니 기억할 수 있다는 건 아직 내가 살아있음이다. 다시 바라게 되고 다시 꿈꾸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힘을 얻고 현장으로 향한다. 온전히 젖어 들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때도 있지만, 마치 연기라도 하듯 그 시간 그 공간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려고 애써야 할 때도 있다. 느린 기억들은 이럴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정리하는 시점에서 있다. 시간이 촉박해진다는 기분이 자주 든다. 느린 기억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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