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마음이 높은 구름처럼 느리게 움직일 때에는, 아니 그렇게 느려도 충분히 괜찮다고 안도할 수 있을 때에는, 허공을 응시해도 좀처럼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혼자가 될 때면 나는 가끔 유년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개구쟁이의 눈에 비친 어둠 속 가느다란 빛, 그리고 그 빛에 비친 공기 속 환한 알갱이들. 내가 본 건 먼지가 아니라 경이였다. 어른이 되면서 점차 사라져 간 경이. 그땐 그렇게 소중한 건지 몰랐던 경이. 느린 마음은 시간을 거스르는 힘이 있다. 우두커니 혼자 서 있는 나에게 친절하게 경이를 되찾아주어 훅 터져 나오는 눈물과 함께 감동과 기쁨을 선사한다. 짧은 시간 먼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 시간여행을 하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나의 투박한 일상 속에 침투한 이 경이로운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