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서 타자로 방향 전환
어제는 무명작가인 내게 선뜻 책 출간 제의를 하셨던 출판사 대표님과의 만남이 있었다. 만약 이 책이 출간되면 나의 세 번째 저서가 탄생하게 된다. 서울에서 편도 약 세 시간의 운전을 하시면서 나를 만나러 와주신 은혜에 나는 감사함과 함께 황송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겨우 할 수 있는 건 맛있는 점심을 대접해드리는 것밖엔 없었다. 최근에 유린기에 맛을 들였던 터라 근처 잘하는 곳에 가서 우린 맛있는 시간을 가졌다.
어제의 짧은 만남이 내겐 글쓰기에서 하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때론 책에서 배우지 못하는 지혜와 통찰을 우연한 만남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나 할까. 특히 의사와 환자의 비유는 나의 제한된 글쓰기 스타일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전율이 돋았다. 나를 향한 글에서 타자를 향한 글로 나아가는 발판이랄까, 하소연이나 넋두리를 넘어 개별적인 이야기에서 보편적인 공감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글로 발전하는 시작점이랄까, 일기에서 에세이로 진화하는 티핑포인트라고 할까. 막연했던 책의 컨셉이 손에 잡히게 됨은 물론 내 글쓰기의 단점/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내겐 책 출간과 상관없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든다.
부족한 날 믿어보기로 작정하신 출판사 대표님께 마음 담아 감사를 전한다. 최선을 다해 써보리라. 그러나 다 쓰고도 부족하다면 책 출간을 기꺼이 마다하리라. 그래도 나의 글쓰기는 한층 진화해 있을 테니. 그것만으로 만족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