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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Nov 06. 2022

부끄러움

부끄러움


이야기의 내용보다 의도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늘 수수께끼 같은 말을 즐기는 사람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나는 항상 의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과연 자기가 내뱉는 말을 다 이해하고 있을까. 어디서 주워들은 말들을 덕지덕지 짜깁기하는 어설픈 앵무새에 지나지 않는 건 아닐까. 게다가 뭔가 좀 있어 보이고 싶은 욕망까지 더해져 이런 기묘한 키메라가 탄생한 건 아닐까.


글도 마찬가지다. 철학자도 시인도 아니면서, 혹은 그 분야에 깊은 지식도 없으면서 아포리즘을 툭툭 날리는 작자들의 글에선 그 사람의 가소로움만이 빛날 뿐이다. 무거워 보이려고 하는 자기 가장 가벼운 법이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게 용기라는 걸 나는 남들보다 뒤늦게 알아차린 편이다. 배우지 않아 모르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배우고 잘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 하기야 요즈음엔 이조차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하도 x 같은 작자들이 나와 배우고 잘 알면서도 그와 반대로 말하고, 기대하지도 않은 언행일치까지 보여주고 있어서 말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것들을 부끄러워할 수 있으면 좋겠다. 수치를 잊은 자들에게 주어진 미래가 밝을 리 있겠는가. 나는 뻔뻔함에서 공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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