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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Nov 23. 2022

Not Not FOR but WITH

Not Not FOR but WITH


미국에서 일하던 시절 얘기다. 스페인 출신 실험실 동료가 이탈리아 출신 동료와 함께 옆 실험실 소속 중국인 포닥에 대한 험담을 하고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나를 붙들고 그들은 험담을 반복하면서 나는 과연 그 중국인을 이해할 수 있냐면서 이렇게 물었다. “Are you working for our boss or with our boss?”


단번에 나는 그들이 경악하며 나를 붙잡은 이유를 알아챌 수 있었다. 중국인 포닥은 with가 아니라 for를 사용하며 자기소개를 했던 모양이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출신이 듣기에는 거북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논리였던 것이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with라고 대답했고 내게 질문했던 두 사람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과학계에서는 보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보스가 아닌 사람은 결코 보스를 위해서 일하진 않는다. 대신 보스와 함께 일한다. with와 for의 현격한 차이가 되겠다.


한편으로 나는 그 중국인 포닥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함부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개인주의가 더 발달된 서양의 문화와 누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며 조직 생활에 익숙한 동양의 문화 차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나야 워낙 천성이 삐딱한 놈이라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구를 위해서 존재한다거나 일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과는 상부상조하면서 서로 존중하면서 배우면서 나아갈 것이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저항 정신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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