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웅 Nov 23. 2022

사랑과 증오, 타자와 나

사랑과 증오, 타자와 나


신형철은 ‘인생의 역사’ 131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이 쓴다.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분인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런 나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당신을 나는 사랑한다.’ |


이 글을 읽고 잠시 멈칫했던 이유는 누군가를 증오할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을 것이다.


| 누군가를 증오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증오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분인을 증오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나를 가장 증오한다. 그런 나로 살게 만든 당신을 나는 증오한다.’ |


사랑 대신 증오를 대입하고 나니 나는 글에서 섬뜩함을 느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내 마음속에 사랑보다 증오가 더 강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타자를 사랑하든 증오하든 결국 나는 나 자신을 함께 사랑하고 증오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생각은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인간의 본성이랄지 운명이랄지에 대해서. 결국 인간은 전적으로 타자를 사랑하거나 증오할 수 없다는 말인가, 자기애와 자기혐오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굴레일 수밖에 없는가, 싶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Not Not FOR but WITH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