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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Nov 29. 2022

오랜만에 두통

오랜만에 두통


따뜻했던 부산을 뒤로하고 대전에 복귀해서 피곤한 주말을 보내고 나니 비가 내렸다. 덩달아 기온도 뚝 떨어졌다. 하루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졌고 최고기온도 섭씨 한 자리에 머문다. 마침내 겨울이다.


오랜만에 장거리 여행을 했기 때문인지, 학회 참석에서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스트레스도 받아서인지, 기온이 뚝 떨어져서인지, 아니면 어젯밤 월드컵 가나 전을 보며 마음을 졸였던 탓인지,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극심한 두통이 몰려왔다. 불청객 같은 편두통도 함께 찾아왔다. 메스껍고 어지러운 기분을 느끼며 약을 삼킨 뒤 아내와 아들이 집을 나선 뒤에도 나는 다시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며 누워 있자니 답답하기만 하고, 그렇다고 앉아 있자니 다시 눕고 싶은 마음이 들어 몸을 어찌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나는 불편하게 침대와 거실을 오가며 오전을 보냈다.


아플 때마다 내 마음은 좀 더 낮아진다. 어느새 교만해진 내면 자아가 수그러들게 된다. 아픈 건 사양하지만 이런 의외의 열매도 있기에 나는 가끔 찾아오는 이 두통을 함부로 미워할 수만은 없다. 아, 나는 육신의 고통 없이는 겸손하고 성숙해질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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