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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Aug 08. 2023

처세와 거리

처세와 거리


능수능란한 사람, 원만한 사람. 이제는 그것이 타고난 기질이 아니라 숱한 시행착오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사람의 삶의 무게를 느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니 지금도 그리 다르진 않지만, 그런 사람을 나는 가볍게 여겼다. 주위에 있으면 나쁠 것 없지만, 한사코 나는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마치 인류를 사랑한다고 큰소리치지만 정작 한 사람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 사람도 적이 없을 것 같은 저 처세술의 달인이 내겐 한없이 가볍게 보였다. 그러나 그건 진정성을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나의 좁은 관점이었던 것 같다. 한국 와서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라는 개념을 재고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 닮고 싶어 지기까지의 이 변덕은 무슨 의미일까. 진정성 말고 더 중요한 기준이 존재한단 말인가.


인생 선배들이 득실대는 이 세상에서 나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언해 줄 사람이 많을 줄 안다. 그러나 나는 조언을 받고 싶은 게 아니다. 답을 몰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저 망연해진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고 나의 성장을 위한 아픔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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