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질 필요

by 김영웅

가벼워질 필요


집을 나서면 살짝 차가운 바람이 기분 좋게 얼굴을 때리고 햇살마저도 따스하게 느껴지는 나날이 시작됐다. 웅크렸던 마음도, 괜스레 울적했던 마음도 높은 하늘과 청명한 날씨에 깨끗이 씻겨나가는 것만 같다. 아,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을 처음부터 좋아하진 않았다. 어릴 적엔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여름을 좋아했고, 더위를 잘 탄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겨울을 사랑했다. 뜨겁거나 차가운 시기를 지나며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어느새 가을을 기다리게 되었다. 추워지는 길목을 나는 사랑한다.


우물쭈물 망설이면서 계속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몸과 마음에서 삐져나온 허연 비곗덩어리를 과감하게 제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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