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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Feb 26. 2024

공간, 사람, 기억, 그리고 문학과 소설

공간, 사람, 기억, 그리고 문학과 소설


공간은 그리움을 매개한다. 그리움은 그 공간을 볼 때마다 그곳을 충만하게 채웠던 그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흔적이라고도 불리는 공간에 대한 사적인 기억. 사람은 사라져도 공간은 남는다.

그리움이 그렇듯이 공간은 시간을 초월한다. 시간과 공간을 분리시켜 생각할 수는 없지만, 유독 그리운 사람이 연관될 때마다 분리가 일어난다. 아마도 그리움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공간은 휘고 낮게 가라앉는다.


이에 맞춰 시간은 느리게 가기 시작하고 어느 점에서 멈추어 선다. 우리가 향수의 끝이라고 부르는 지점이다. 반복된 향수가 언제나 같은 지점에서 끝이 나는 이유다. 재현되지 않는, 아니 재현될 수 없는, 아니 재현되지 않아야 할 향수가 우리에게 언제나 아련함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서 불가능한 시공간의 분리가 첨예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향수는 공간의 뒤틀림이고, 인간의 인지능력 한계를 넘어서며, 그래서 모순으로 다가온다. 그 모순을 부여잡는 간절한 몸부림이 바로 향수인 것이다.


그렇다면, 하는 수 없다. 겹겹의 시간에 그 공간이 묻히거나, 그 공간을 인위적으로 제거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나 제거할 수 없는 공간은 어떡해야 할까. 겹겹의 시간이 나의 아침과 저녁을 거뜬히 넘어서는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알지 못한다. 공간, 사람, 기억. 인간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지 못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들. 현실이 아닌 문학의, 소설의 영원한 주제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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