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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Apr 21. 2024

발생과 창조

발생과 창조


그리스도인들에게 묻겠습니다. 사람은 만들어지는 걸까요? 하나님이 창조하신 걸까요? 


혹시 이 질문 앞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느끼시진 않았나요? 


제가 대답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생물학자로서의 대답입니다. 사람은 만들어집니다. 


이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대답입니다. 사람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입니다. 


자, 어떤가요? 이 두 대답이 모순된다고 여기시나요? 


그렇다면 과학과 신앙은 모순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과학과 신앙은 모순되지 않습니다. 생물학자로서의 대답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대답 역시 모순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만들어지고, 또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입니다. 제가 서두에서 던진 질문 앞에서 우린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압박을 전혀 느끼실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요? 그럼 제가 조금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부디 끝까지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언제나 이 질문 앞에서 정체된 채 평생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를 구속하지 마십시오. 제대로 알고 자유와 해방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무지와 무식이 죄는 아니지만, 그것으로 인해 자기 자신과의 관계, 타자와의 관계, 나아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깨뜨리게 된다면 그것은 죄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죄는 관계의 파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18세기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사람이 엄마 배 속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태어나는지 알지 못했답니다. 놀랍게도 일부의 사람들은 사람의 미니어처가 난자나 정자 안에 저장되어 있어서 임신 기간 동안 크기가 커진 후 열 달 후에 태어난다고 추측했다고 합니다 (이를 전성설이라고 합니다).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저 상상만 할 수 있었을 뿐 증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전성설의 존재를 듣고 정말이야?, 하며 조롱 섞인 웃음을 짓게 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알고 있다는 말이지요. 이젠 모두가 다 압니다. 그리스도인이든 아니든, 저기 어딘가 있을 문명을 접하지 못한 소수의 원주민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상식적으로 압니다. 사람은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가 만나 하나의 세포인 수정란을 이루고, 그 수정란이 수많은 세포로 수를 늘리기도 하고 (세포 분열, 증식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세포를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세포 분화라고 합니다) 엄마 배 속에서 (자궁에 착상했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사람의 모습으로 만들어져 열 달이 지난 후 세상의 빛을 보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발생이라고 부르고, 이를 연구하는 학문을 발생학이라고 합니다.


자, 그리스도인에게 다시 묻겠습니다. 이러한 사람의 발생을 상식으로 아는 과학적 지식이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셨다는 성경의 진술을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것일까요? 과학이 엄마 배 속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모두 밝혀냈기 때문에 하나님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일까요?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게 아니라 그저 세포의 분열과 분화의 결과일 뿐일까요?


아닙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여전히 여러분은 이분법적인 논리에 갇혀 계신 것입니다.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엄마 배 속에서 사람이 만들어지는 모든 발생과정이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시는 방법이라고 믿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유일하게 과학과 신앙이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 해결책인 동시에, 과학을 신앙의 적이 아니라 신앙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여길 수 있는 타개책일 것입니다. 


과학도 하나님이 만드셨다는 말, 그리고 과학적인 사고, 즉 이성을 사람에게 허락하신 분도 하나님이라는 말, 모든 그리스도인이라면 받아들일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특별계시로 성경이라는 책을, 일반계시로 자연이라는 책을 우리에게 주셨다는 말 또한 아멘으로 받아들일 거라 믿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두 책, 성경과 자연의 저자는 하나님 자신인 셈이지요. 저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두 책 사이에는 모순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자연이라는 책을 읽는 방법이 바로 과학입니다. 그러므로 성경 말씀과 과학적 사실은 서로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입니다. 저는 생물학자이자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러한 전제 하에 과학을 연구하고 말씀을 연구하고 묵상한답니다. 나아가 저는 이러한 전제가 과학자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존재자는 모두가 과학자일 수 있으니까요. 


다시 맨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발생과 창조는 상반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과학으로 밝힌 사람의 발생과정이 하나님의 창조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발생과 창조를 상반되는 거라고 끝까지 주장하면서 과학을 악마화하고 신앙을 수호한답시고 무지와 무식을 선택한 채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실 건가요?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권고합니다. 부디 스스로를 옥죄지 마시고 자유와 해방의 나라로 넘어오시기 부탁드립니다.


사람의 발생 과정을 하나씩 살펴보면 그 정교함과 완전함에서 넋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과학은 그저 중립적인 위치에서 사실을 그대로 보여줄 뿐입니다. 생물학자로서 저는 사람의 발생과정을 보면서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를 더욱 깊이 묵상하게 된답니다. 과학은 신앙을 폐하지 않습니다.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수단이 됩니다.


*참고문헌: 김영웅 저,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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