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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Apr 26. 2024

듣고 싶은 설교

프레드릭 비크너 저, '진리를 말하다'를 읽고

듣고 싶은 설교


프레드릭 비크너 저, '진리를 말하다'를 읽고


설교자들이 주요 독자층인 듯한 이 책은 설교를 주로 듣기만 하는 나에게 다시 설교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해 주었다. 저자가 말하는 설교를 듣고 싶은 마음에 잠시 내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설교를 들어본 횟수가 손꼽을 정도인 것 같아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이 시대 이 한국 교회에 목사는 참으로 많은데 참 설교자가 요원하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말이다.


진부할 정도로 너무 당연해서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하는 명제 중 하나는 '설교는 진리를 말해야 한다'일 것이다. 모든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고 늙어가는 것처럼 우리의 신앙도 비슷한 여정을 겪는다. 특히 늙어가는 중엔 비틀거리면서도 어쨌거나 가야 할 길을 인도받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오랜 시간 길을 잃거나, 완전히 길을 벗어나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꽤 오래 길을 벗어났었다 (어쩌면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럴지도 모른다). 신앙에 회의가 찾아왔고, 의심의 어두운 숲을 지나야 했다. 그때 내게 가장 갈급했던 건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정작 나는 하나도 몰랐었다). 깨닫기 위해선 먼저 들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 당시 그것을 듣지 못했다. 내 귀가 가려져 있었을지도 모르고, 아무도 내게 진리를 들려주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어두운 옛 기억의 저장고를 방문해 본다. 그리고 가정문으로나마 이렇게 바라게 된다. '그때 내 옆에 복음의 진리를 담백하게 들려주는 설교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하고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 비크너는 복음의 진리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아니 어쩌면 유일한, 설교 방법에 대해 말해준다. 그는 복음은 모든 인간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비극의 소식이라고 한다. 반면, 복음은 누군가가 그 인간을 위해 희생하여 그 인간은 어쨌든 사랑받고 죄 사함 받으며 구원을 경험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에 희극의 소식이라고 한다. 나아가 이 비극과 희극의 만남은 너무 좋아서 있을 법하지 않은 사실 같은, 즉 동화 같은 소식이라고도 한다. 복음은 비극이기도, 희극이기도, 또 동화이기도 한 진리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진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바로 설교라는 것이다. 


그렇구나 싶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임을 알아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나 자신이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임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도인을 깨우는 것이 설교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 은혜 이전에 죄에 빠진 상태를, 임마누엘 하나님의 임재 이전에 하나님의 부재 가운데 임했던 흑암과 공허와 혼돈을 직시하게 도와주는 것, 그러니까 희극의 소식 이전에 비극의 소식을 먼저 들려주는 게 설교의 바른 순서라는 생각이다. 이 순서가 지켜지지 않은 채, 다시 말해 비극의 소식이 거세된 희극의 소식만이 설교라는 타이틀로 전해지면, 그 소식은 영적인 사실을 외면하고 엉뚱한 말로 소망과 위로와 힘을 주려는 가식과 위선의 말장난에 그치게 될 것이다 (이 시대의 많은 설교가 이런 모습을 띠고 있다!). 


나아가 비극과 희극이 만난다는 것, 빛이 어둠에 최종 승리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복음의 동화라는 비크너의 말이 지금도 내 귓전에 맴돈다. 그리고 그 동화는 허구가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 모든 시간을 초월하여 일어나고 있는 실제 역사라는 말도 큰 감동이 된다. 현실의 수레바퀴 아래서 이런저런 염려와 두려움과 불안에 사로잡혀 세상 풍파에 살아남는 처세의 달인, 즉 어른의 모습으로 서려고 나도 모르게 애쓰던 내 모습을 내려놓고,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경이에 찬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복음의 진리를 계속 듣고 싶어 하고 그 진리의 성취를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며 실제로 동참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갖게 된다. 매주마다 기대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설교, 하나님 백성이라는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내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설교를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꼬박꼬박 듣고 싶다. 나 자신을 직시하여 깨어지고 회개하고 참회하게 되는 설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를 믿는 믿음이 감사와 축복으로 충만하게 여겨지는 설교,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바로 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설교, 그런 설교가 모든 교회에서 들려지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 프레드릭 비크너 읽기

1. 주목할 만한 일상: https://rtmodel.tistory.com/762

2. 기이하고도 거룩한 은혜: https://rtmodel.tistory.com/1059

3. 진리를 말하다: https://rtmodel.tistory.com/1783


#비아토르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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