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웅 Jul 02. 2024

써야만 써지는 글

써야만 써지는 글


독자를 붙들 수 있는 강력한 자석과도 같은 문장을 쓰고 싶은 욕망은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은 갖게 된다. 불행하게도 그건 어렵다. 여전히 나는 영감의 힘을 포기하지 못하는 축에 속하지만, 성실함만으로 그런 문장을 써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영감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내가 하는 방법은 하나다. 물론 그런 문장을 항상 써낼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장들을 곧잘 써낼 수는 있다. 이를테면 뻔한 주제이지만 뻔하지 않게 써낼 수 있는 시각, 개별성 가운데 보편성을 찾아낼 수 있는 통찰, 적절한 대조를 찾아내어 글을 진부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환기, 등을 담아내는 문장들을 써낼 수는 있다는 말이다. 이 방법은 지금도 유효하고 언제나 먹힌다. 바로 그것은 글쓰기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다. 


딱히 써야 할 글이 없을 때에도 나는 습관을 쫓아 랩탑이나 셀폰에 설치된 앱인 노트를 켜고 매일 적어도 십 분 이상 있는다. 이런 습관에 길들여진 지 벌써 5년은 넘은 것 같은데, 이젠 어떤 믿음도 하나 생겼다. 습관 대로 글을 쓰다 보면 머릿속에서 상상만 하던 것들이 의외로 쉽게 글로 풀리게 된다는 것. 다시 말해, 내 글은 단순히 생각한 대로 써지는 게 아니라 쓰면서 (혹은 써야) 써진다는 것이다. 일단 노트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한 끗 다른 점을 착안하게 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나만의 글을 쓰게 된다는 말이다. 언뜻 들으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짐작컨대 글 좀 써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멋진 문장을 쓰겠다는 경박한 욕망에서 벗어나 글쓰기 습관을 쫓아 쓰는, 써야만 써지는 글. 어쩌면 이건 나의 글쓰기에 대한 믿음이고 신념일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을 읽는 한 가지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