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을?
열등감이 세계관이 된 자의 말과 행동은 사뭇 정의로워 보이기도 하고 승자독식과 약육강식 등 주류의 논리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약자들과 함께 서서 연대를 이루고 목소리를 내는 활동도 곧잘 해서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응원을 받는 자리에 위치하곤 한다. 그러나 결국 세계관의 영향력은 그 사람의 끝을 다르게 만든다. 그것은 정의로운 을이 아닌 잠재적 갑의 정체성으로 드러난다. 모든 걸 연대와 함께 했으나 그것의 목적은 오로지 자기의 신분상승이었던 것이다. 그 사람은 을로서 을의 일을 했을 뿐 갑을 혐오하면서도 동경하고 기회만 닿으면 그 자리에 가고 싶어 안달하는 자였던 것이다. 알고 보니 갑을 관계의 수직적인 위계를 그 누구보다도 가슴 깊숙이 받아들이고 그것의 힘을 인정하는 자였던 것이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진정한 을은 누구일까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