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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Aug 17. 2024

나잇값

나잇값


일상의 작은 반복에서 지루함이 아닌 안정감을 느끼고 그것이 가슴 충만한 만족으로 이어지는 사람은 자신의 행복을 발견한 사람이다. 무의미하게 보이는 것들에서 작은 의미를 찾아내고, 설사 의미가 없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절망하지 않고 툴툴 털어내는 사람도 그렇다. 그 정도면 된다. 행복할 줄 알기.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하다. 


여기에는 주관이 깊숙이 개입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신승리를 말하는 건 아니다. 정신승리 역시 타자를 의식한 경쟁 심리에서 비롯되므로. 자신의 행복을 인정받으려는 사람의 어리석음은 그 사람을 가볍게 한다. 가만히 있어도 될 것을 왜 굳이 떠벌려서 자신을 깎아 먹는가. 나이 들어 자랑하는 사람치고 심지가 견고한 사람 보지 못했다. 적어도 마흔이 넘어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섰다면 자랑의 허무함을 알 때가 되지 않았나. 뭘 그렇게 드러내고, 거짓겸양을 해 가면서까지 자랑을 해대는가. 다른 사람이 모를 줄 알겠지만, 다 티가 난다. 자신이 내놓는 거대담론의 그늘 아래 교묘하게 숨어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간은 자기애에 구속되어 있고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의 잘남을 인정받고 싶어 하고 증명하고 싶어 하는 욕망은 어쩌면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직도 목이 마르다는 사실을, 즉 행복할 줄 모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해석이야 자유이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경박하고 천박하게 보인다. 나잇값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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