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을 완성해 주는 것들
높은 곳을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매일 숨이 찼다. 나는 무언가를 늘 쫓고 있었다. 적어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한낱 쫓기는 자일뿐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 수치를 느꼈다.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나는 끊임없이 달렸다. 모든 것을 희생할 마음도 먹었던 듯하다. 아니, 실제로 많은 것을 희생했고 희생시켰다. 오로지 비대해진 내 자아를 위해서 다른 자아들은 물론 내 곁의 사람들까지도 연료로 삼았다. 그래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수년간의 그 시절을 떠올리면 놀랍게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게 거의 없다. 그렇게나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는데도 말이다. 텅 빈 눈이 되어 나는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잠시 생각했다. 그리곤 어렵지 않게 답을 낼 수 있었다. 나의 일상을 완성해 주는 것들이 모두 나였기 때문이라는 것. 답을 얻고 나자 말문이 막혔다.
기억에 남는 삶을 살고 싶다. 그 삶은 결코 나로 도배되지 않을 것이다. 여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누군가 앉아 쉴 수 있는 편안한 의자 같은 삶을 살고 싶다. 좀 더 나누고, 좀 더 사랑하며 살고 싶다. 그러려면 나의 일상을 완성해주는 것들이 내가 아니어야 한다. 기억에 남는 건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의 내 모습을 사랑하는 내 모습이다. 독주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걷는 삶. 내 인생의 후반전이 지향하는 깊고 풍성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