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조각이 길이 되다
대수롭지 않은 사건의 단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의미를 갖기 시작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냇가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져있던 작은 돌멩이 하나하나가 일어나 길이 되는 모습.
돌들이 일어난 게 아니라 수면이 얕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그 인고의 세월. 그 세월을 버텨온 작고 힘없는 돌멩이들의 존재.
과거에 시간을 더한다고 현재가 되는 게 아니다. 크고 중요한 선택과 결정이 지금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지금의 나는 어쩌면 작고 하찮은 모습으로, 하지만 끝까지 버텨낸 일상의 조각들이 모아져 얼키설키 짜 맞춰진 퍼즐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나도 아직 모르는 어떤 의미를 내는 존재로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