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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Nov 05. 2024

소소한 일상 가운데 깃든 하나님의 임재를 보고 느끼게

정혜덕, 하늘샘 저, '하루, 예배의 순간'을 읽고

정혜덕, 하늘샘 저, '하루, 예배의 순간'을 읽고


소소한 일상 가운데 깃든 하나님의 임재를 보고 느끼게 해 주신 고마운 두 분께,


위도 37.4의 대한민국 서울과 위도 42.9에 위치한 미국 미시간 주의 그랜드 래피즈 사이의 거리를 살펴보니 약 만 킬로미터 (육천오백 마일) 남짓 되는 것 같더군요. 비행기로 18시간을 날아가야 하는 거리입니다. 직항은 존재하지도 않네요. 참 먼 거리입니다. 하지만 저의 첫 미국이 미시간 주와 남쪽으로 접하고 있는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여서 그런지 그 거리가 낯설지만은 않아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11년 미국 거주 경험이 이 책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미국을 모두 경험한 저에게는 편지에서 배경으로 깔려있는 혜덕 작가님의 한국과 늘샘의 미국이 친숙하게 다가왔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에서 거리감도 거의 느끼지 못했어요. 덕분에 서로 다른 문화와 생활환경에 제한되지 않고 모든 편지의 주제였던 '예배와 일상' 혹은 '일상 속에 깃든 예배'에 좀 더 집중해서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한 장로교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고, 미국에서 사제로부터 견진성사까지 받은 성공회 교인인 적도 있었기에 두 분의 신앙 배경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답니다. 


이제 책을 다 읽고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두 분이 만 3년간 주고받으신 편지를 공식적으로 훔쳐본 저 나름대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랄까요. 아니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늘샘이 감사하게도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저에게 한 부를 보내주셔서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랄까요. 그것도 아니면 이 책이 제게 남긴 잔잔한 흔적이 저를 이 자리로 불렀기 때문일까요. 몇 자라도 남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저는 이렇게 늦은 밤 스탠드 불빛에 의지하여 노트북 화면 위 깜빡거리는 커서를 노려보고 있답니다. 


두 분의 편지를 읽으며 모처럼 제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기분을 느꼈어요. 제 마음이 그만큼 평소에 무뎌지고 딱딱해져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좀 더 부드러운 남자가 되어야 하는데, 두 분 때문에 뜻밖의 반성도 하게 되었네요. 저는 이 책을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들에게 저녁을 챙겨주고 난 뒤 실내자전거를 타면서 읽었답니다. 딱 열흘이 걸렸네요. 한 번 탈 때 30분가량 소요되는 걸 감안하면 300분, 그러니까 5시간 정도 걸려 앵앵콜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 200 페이지 밖에 안 되고, 물리적으로도 손에 잡기 딱 좋은 판형이라 텍스트 수는 분명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였을 텐데, 평소에 책을 조금 빠르게 읽는 편인 제가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나 생각해 보았어요. 쉬운 소설이었다면 아마 3시간 채 걸리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딱히 집중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다른 책보다 더 집중해서 읽느라 하루 목표인 10킬로미터를 달성했는지 모를 때도 있었답니다. 아마 저도 모르게 두 분의 편지를 눈으로만 읽었던 게 아니라 제 일상에서도 예배의 순간이 언제인지 여러 번 진중하게 물으며 마음으로 읽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덕분에 지난 열흘 동안 저의 자전거 타기는 저만의 예배가 되었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예배를 경험해 버린 셈이랄까요?


일상에 깃든 예배의 순간은 어쩌면 우리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삶에 침투하여 그리스도인인 우리를 사로잡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그저 상투적인 행위를 했을 뿐인데도 마음과 생각의 주파수가 하나님의 그것과 맞춰지는 순간 우린 예배자가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도 생각했어요. 예배하기 위해 옷단장, 몸단장, 마음단장을 하는, 다시 말해 우리에게 익숙한 공예배가 아니라 일상의 예배, 삶의 예배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을 뿐 이런 식으로 순식간에 이뤄지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답니다. 


책을 읽으며 반성도 많이 했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견고해진 저의 마음을 느꼈거든요. 어느덧 감사가 사라져 가고 분주한 마음이 가득한 저의 일상에 더 많은 예배의 순간이 깃들길 바라게 됩니다. 나아가 하나님의 임재를 더 많이 의식적으로 알아채고 다시 얻은 이 두 번째 인생을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길 원합니다. 


지금은 한국 시간으로 밤 11시가 막 넘었습니다. 혜덕 작가님은 주무실 시간이네요. 미시간 시간으로는 이제 아침 9시가 지났습니다. 늘샘은 분주한 아침을 지나 일과를 시작하셨겠어요. 저도 이제 잠을 청하려 합니다. 저는 단 한 번뿐인 편지를 이렇게 쓰지만, 참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아마 저뿐만이 아닐 거예요.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각자의 일상에 깃든 예배의 순간을 알아차리고, 더 나아가 그 순간들을 감사함으로 즐기고, 또 그 순간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기쁨까지 누릴 수 있길 바라봅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갈게요.


대전에서 영웅 드림


#비아토르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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