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저, ‘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진 않아‘를 읽고
예수, 교회, 공동체의 일치
김종원 저, ‘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진 않아‘를 읽고
늦게 잠들었음에도 모처럼 개운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감상문을 쓰기 위한 나의 루틴을 쫓아 어젯밤 책을 읽으며 노트에 옮겨놓은 문장들과 끄적거린 나의 단상들을 훑어본다. 새벽 2시경 잠들기 직전에 써놓은 마지막 줄에 내 시선이 멈춘다. 이 책이 내게 남긴 메시지다.
“복음이면 되는구나! 교회면 되는구나! 공동체면 되는구나!”
어릴 적 교회 간증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진 채 나는 성인이 되었고, 그 이후 어지간해선 개인이나 교회 간증집을 멀리해 왔다. 의외로 많은 경우 간증은 영웅담 혹은 성공담의 포장지 역할을 충실하게 했고, 간증하는 당사자는 자신의 과거를 소환하여 이야기를 그럴 싸하게 만들었으며 결국에는 스스로도 은혜의 구경꾼으로 전락하는 비극을 숱하게 목도했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저자가 지인이 아니었다면 내 손에 들리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사실 반쯤은 의무감으로 구입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지금은 그랬던 나를 반성한다. 이 책 읽길 참 잘했다.
이 책의 앞부분은 저자의 역사다. 저자는 폭력에 물든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그에겐 '어머니의 기도'라는 영적 배경이 있었고, 교회라는 도피처와 안식처가 있었다. 그래서 숨 쉴 수 있었다. 하나님의 강권적인 개입이었다. 학창 시절, 개인 기도는 물론 공동체 기도의 힘을 체험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환상을 보았고 그것을 평상시 어머니가 해 주시던 기도의 내용과 합하여 선교사의 비전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자 즉시 자신의 삶을 그 비전에 맞추었다. 필리핀 파송 선교사로 갔지만, 막상 현장에서 마주한 건 벌거벗은 자신의 영적 실체였다. 그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자신이 준비된 줄 알았다. 그러나 자신에게 사랑은 물론 성경 지식도 교회론도 턱없이 부재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고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귀국 후 갑작스럽게 찾아온 공황 발작을 수 차례 경험하며 부목사직을 사임하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목회 성공이 아닌 자신이 드려지는 거룩산 산 제사의 깨달음을 얻고 다시 하나님과 방향을 맞출 수 있었다. 하나님은 한 번도 그를 버린 적도 잊은 적도 없었던 것이다. 생계를 위해 맨발로 뛰면서 막막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청년부 수련회 강사로 섬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곳에서 그는 다시 목회에 대한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여전히 아무것도 가진 것 없었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에 의지하여 개척을 감행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저자의 집에서 첫 예배가 드려졌다.
짧은 저자의 역사를 뒤로하면, 책의 대부분은 저자가 현재 담임으로 섬기는 ‘은혜의 동산 교회’의 개척 역사를 소개한다. ‘공황 발작으로 사임한 목사가 개척한 교회’라는 소문 때문이었을까. ‘은혜의 동산 교회’에는 개척 멤버부터 깨어진 자들, 구부러진 길을 걸어온 자들의 비율이 타교회보다 높았다. 담임 목사처럼 공황 장애를 겪은 사람도, 조현병을 앓은 사람도, 사채업자에게 쫓기며 가정 파탄을 일으킨 장본인도 인도되었다. 뿐만이 아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할 정도로 문제아로 자리매김했던 청소년도, 이단 종교에 심취한 부모를 가진 자녀들도 하나님께선 은혜의 동산 교회로 인도하셨다. 하나님의 마음, 목회자의 마음 없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만 판단한다면 목사에겐 충분히 교회를 포기할 만한 이유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달랐다. 그는 삯꾼 목사가 아니었다. 그는 목사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 두 번째 삶을 조금 먼저 살기 시작한 사람, 그리고 그 사랑의 빚을 갚아 나가는 한 사람이었다. 그는 깨지고 상처 입은 각 사람을 교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대했다. 하나님 형상을 지닌 사람, 하나님이 창조하신 사람, 한 마리의 양으로 말이다. 그는 믿었을 것이다. 모든 깨짐과 무너짐도 예수의 생명의 빛이 임하면 회복되고 살아나리라는 것을 말이다. 실제로 그는 몸과 마음 모두를 실어 그들의 현장으로 직접 찾아갔다. 삶으로 예배하며 그들을 섬겼다. 나는 이러한 저자의 모습에서 참 목자, 예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은혜의 동산 교회에는 지금도 하나님 나라가 현재진행형으로 임하는 곳임을 믿게 된다.
이 책이 만약 이렇게 저자와 저자가 개척한 교회의 역사를 소개하는 데에 그쳤다면 나는 이 책을 그리 추천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여기 소개하지 못한 책 속의 많은 감동적인 일화들이 더 많이 소개되어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진미는 저자인 김종원 목사 한 사람에게도, 은혜의 동산 교회 성도들의 감동적인 회심 이야기에도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재미와 감동이 잘 버무려진 한 편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으로 이 책을 술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로 '공동체'를 꼽는다. 김종원 목사도 은혜의 동산 교회 성도도 아닌 '은동교 (은혜의 동산 교회 줄임말) 공동체' 말이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마음 담아 읽는 독자라면 모두 이 사실을 발견하고 감동이 되어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예수의 복음이면 된다는 것, 교회면 된다는 것, 그리고 공동체면 된다는 것을 더욱 믿고 신뢰하게 되리라 믿는다.
정말 오랜만에 예수의 복음, 교회, 공동체, 이 세 가지의 일치를 볼 수 있었다. 사람이 살아나고 회복되는 증거를 볼 수 있음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꼭 누려야 할 축복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덧붙여 저자 김종원 목사가 내 지인이라서 영광이다. 나도 한 다리 건너 공동체 일원임에 감사한다. 개인화되어 가는 이 시대에 여전히 예수의 복음으로 이루어진 교회 공동체의 살아있음을 보고 싶다면 나는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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