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와 중심
어제부터 다시 읽고 쓰기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부조리의 끝판왕인 한 인간 때문에 기존의 가치체계마저 흔들릴 것 같은 근원적인 불안이 그나마 해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마다의 중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세상은 그 다양성으로 인해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어떤 공통된 선이 지켜질 때에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로 인해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나는 상대주의를 배격하고 근본 없는 다원주의도 반대한다. 다른 것을 틀렸다고 하는 옹졸함도 잘못된 것이지만 틀린 것을 다르다고 하는 짓 또한 잘못된 것이다. 전자는 가부장제나 갑질 권력의 연장선으로 읽을 수 있다. 후자는 비열한 짓일 뿐이다. 자기 안에 갇혀 망상에 사로잡힌 자의 최후의 표현형을 나는 목도할 수 있었다.
더디지만 희망을 잃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심이 들었다. 그리고 희망은 점점 더 더디다는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스스로는 자기들이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이념 집단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그들은 사익 집단일 뿐이었다. 이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길, 수치로 인해 근본적인 불순함이 말끔히 척결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