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교육기획 관점에서의 경험디자인 해석
학부 시절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책장 한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있는 그 책은 김진우 교수님의 ‘HCI 개론’ 입니다. 수업의 교재로 처음 만났고, 제가 처음으로 그럴듯한 프로젝트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블로그 칵테일이라는 회사의 사이트에 음성을 입혀 사이트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하겠다는 치기어린 작업이었습니다. 음성을 녹음해 가상의 사이트에 입혔고, 시연과 발표도 했습니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경험입니다.
제게 ‘경험 디자인’은 그 책의 연장선입니다. 이 책에서는 사용자 경험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로 ‘총체성’, ‘인간 중심적’ 그리고 ‘전략적 의미’ 를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 중에서 첫번째, 두번째 요소에 크게 공감합니다. ‘사용자 경험은 인간 중심적 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받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는 문장에서 눈을 떼기 힘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사용자 경험에 대한 총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합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사용자 경험입니다. 많은 교육 프로그램에서 세부적인 기술 요소를 다루는 데 치중한 나머지, 기술을 이용해 문제를 풀고,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가는 과정을 실제와 같이 경험하는 데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기술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기술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비즈니스의 현실이고, 결국은 도구로서의 기술을 잘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 교육 과정에서 현실의 데이터와 문제에 기반해 미션을 설정하고, 한계 속에서 구현하며 학습과정과 동기수준을 이어가는 방식, 친절함의 정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적당히 거친 수준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학습의 효과는 뛰어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올해의 교육과정은 위와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꾸리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데이터를 이용한 문제해결’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 경험이 결국은 학습의 효과와 커리어 개발에 보다 임팩트있는 푸쉬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경험적 가정이 있습니다.
존 듀이가 말하는 경험의 세 가지 원리 중 마지막인 ‘성장의 원리’ 에도 크게 공감합니다.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통합적인 성장해니긴다’ 는 존 듀이의 언급은 일반적으로 선형적인 원리에 입각해 순서대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순서를 뒤죽박죽이며 비선형적인 형태로 삶을 구성하는 우리네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미션은 그 어디쯤 균형점을 찾아 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경험 디자인은 컨셉은 쉬워보이지만,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파편화된 요소에 대한 제공 뿐 아니라, 총체적인 경험의 결도 고려해야 합니다. 교육 프로그램으로 보자면, 과정에서의 실패와 성공 경험도 중요하고 결과적으로 달성하려는 개인의 목표도 지원해야 합니다. 인식은 어느 하나의 총합이 아니라 총체적이기에 종합적인 만족을 주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교육생과 같은 고객의 경험만 추구하다가, 정작 자신의 경험을 등한시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우리의 성장경험은 없어지는 방향입니다. 경험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고객과 우리, 기술과 디자인,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과 같은 얼핏 멀어보이는 요소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