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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정 6일차, 생각공유

혁신의 동력에 관하여

미국여정이 벌써 6일차다. 온지 일주일도 채 안되었는데, 한달은 머무른 것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든다. 그만큼 압축적으로 보내고 있고, 그런 모양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한다. 내가 머무르는 곳은 쿠퍼티노다. 애플의 본사가 바로 앞에 있는 곳이고, 숙소에서 쉬엄쉬엄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애플에 관한 이야기는 여유 있게 할 계획이다. 본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각종 아이템에 대한 탐방을 할 겸, 다시 방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풀어낼 이야기는 혁신에 관한 생각이다. 이곳으로 오기 전, 이 동네(실리콘밸리)에서는 유독 혁신적 움직임이 많이 일어날까 궁금했었다. 온지 며칠되지 않았지만 조금은 체감하는 것이 있다.


혁신의 동력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다가, 아래의 3가지로 정리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1, 2번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한다. 

1. 레거시의 인식

2. 자산에 대한 접근방식

3. 양적 풍족함과 실패를 대하는 태도


1. 레거시의 인식


중국은 핀테크 서비스가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넘어서야 할 레거시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구당 ATM기계의 보급수가 매우 적은데, 이는 오히려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탄생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거쳐가야 할 단계가 없고, 새로운 서비스 자체가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페이먼트와 교통에 관련된 서비스는 이와 관련된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기존 서비스가 불편한 것이 분명하니, 새로운 서비스로 해갈하려는 니즈가 있는 것이며, 그것을 구현해내는 회사가 등장하게 된다. 그러한 회사는 보통 환영받는다. 새로움을 주거나,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선의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의 은행 서비스가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물론 공인인증서와 같은 병폐도 있다)에, 새로운 서비스를 받아들이는데 레거시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기존 서비스가 불편하지 않다면 혁신의 당위성이 그리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2. 자산에 대한 접근방식


미국의 카드회사 중에는 'VISA'가 있다. 한국에서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회사일 것이다. 얼마전 들었던 이야기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VISA는 자신을 IS(Information System)회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우리나라 카드회사 중에서 이런 인식을 하고 있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VISA의 생각이 무조건 옳고 우리나라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들이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정의와 자산에 대한 접근방식이 움직이는 방향에 큰 영향을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핀테크 서비스 구도는 크게 수성하려는 자와 파괴하려는 자의 모양이 아닐까 한다. 기존 금융 기업들은 파이를 지키려고 하고, 새로운 플레이어들은 시장을 파괴해서 과실을 얻어가려는 형태 말이다. 그런데,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서비스일까? 시장에 대한 숫자일까? 


VISA는 IS로 규정하는 자신들의 정의에 맞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보다 발전된 형태의 페이먼트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고, 여타 다른 움직임 역시 보이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기술에 대한 중요성 역시 깊게 인식하고 있다. Information System 회사라면 기술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다. 그 정도에 따라 서비스의 고도화 정도가 정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카드회사의 기술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의 카드회사가 만약 VISA와 같은 인식을 가졌다면,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현재와 같은 모양일까.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존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은 아예 시작할 엄두도 못내거나, 카드회사가 제공한 토대 위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도 해본다. 물론 고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카드회사가 제공하지 못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


결국, 레거시에 대한 인식과 자산에 대한 접근방식이 혁신의 유무에 영향을 준다는 느낌이다. 혁신이라고 하면 거창할지도 모르겠다. 파괴력있는 서비스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한국의 환경은 충분한 수준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데다,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서비스로 전환하는 인식의 부족이. 의미있는 수준의 혁신적 활동이 덜 나타나는 기제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의 수준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블랙홀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도화된 전문가를 마구 유입하는 실리콘밸리와 한국시장의 경우도 다르니깐 말이다. 


다음 글에는 <양적 풍족함과 실패를 대하는 태도>를 주제로 양적 관점에서 본 혁신의 토양에 대해서 풀어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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