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제 스마트폰을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by 솔아
대숲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소리, 그 길을 거닐고 있는 한석규와 스님. 그때, 눈치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푸드덕, 나비가 날아가고, 멋쩍은 한석규의 표정에 이은 멘트.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라떼에 꽤 유명했던 휴대폰 광고. 특히 저 마지막 멘트, 지금 나한테 딱 해주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나는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버릇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일상. 언젠가부터 나는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원해서 돌아온 아이가 종알종알 말을 걸어온다. 내 손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아이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대답은 해주었지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다. 아이가 또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나 보다. 신이 나서 나에게 달려와 보여준다. 때마침 내 손에 있던 스마트폰을 들어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화면 속 웃음 짓는 아이를 바라보며 나도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화면 속 아이는 한껏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보고 있지만, 정작 내 앞의 아이는 네모난 화면에 가려진 엄마를 보고 있다. 내가 짓고 있는 미소는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발도르프를 다니며 내가 깨달은 바는, 아이와의 눈 맞춤, 온전한 관심, 진정성 있는 관계의 중요성이다. 아이는 어른의 말보다 행동에서 배우고, 어른의 시선과 태도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깨닫는다. 아이들의 시선 속에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엄마가 있다면, 어떤 메시지를 받을까.


발도르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 속 리듬의 한 꼭지를 "아이와 온전히 연결되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본다. 하루 딱 30분,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고 발도르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존중과 관심을 담은 관찰"로 우리가 낳은 또 다른 세상인 아이들과 만나보길.


아이의 놀이 관찰하기

아이가 놀이하는 모습을 조용히 관찰해 보자.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주려는 어른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내 아이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를 살펴본다면 작은 아이의 넓은 상상의 세계를 함께 경험하는 시간이 된다. 이 시간은 내 아이만의 독창성과 개성을 깨닫는 시간인 동시에 아이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현재에 집중하여 아이와 연결 강화하기

스마트폰이나 다른 어떤 곳에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고, 지금 현재 내 눈앞의 아이만을 바라보자. 아이는 온전한 관심을 통해 부모와의 신뢰를 확인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몸과 마음의 방향 일치시키기

발도르프적인 상호작용의 기본 원칙은 아이를 향한 존중의 마음을 담은 온전한 관심이다. 아이와 대화를 할 때 내 무릎과 코가 같은 방향인지를 관찰해 보자. 우리는 종종 설거지를 하다가도, 밥을 짓다가도 아이가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몸 따로, 입따로, 눈 따로. 스마트폰을 볼 때와 다를 바 없이 대충 대답하는 나를 발견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몸을 돌려 아이와 눈을 맞추어 보자. 아이는 부모가 온전히 자신을 향하고 있을 때,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느낄 것이다.


아직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는 것이 어색하다. 딱 30분. 내 아이를 화면 속이 아닌 눈에, 기억에, 마음에 담으며 온전한 "현재"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 스마트폰 사진으로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아 잊혀 부러 찾지 않는다면 다시 꺼낼 일이 없다. 아이가 기뻐할 때, 눈을 마주치며 함께 기뻐하고, 아이가 생각하는 것을 함께 경험하며 즐긴다면 아이를 오래도록 마음에 남길 수 있다.

'오늘'은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날이다. 작은 네모 속 웃음이 아닌, 눈앞의 아이와 함께 진짜 웃음을 나누자. 아이를 온전히 담는 우리의 따뜻한 시선이야 말로 우리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그러니, 우리의 또 다른 세상을 위해, 그 세상과 함께일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아이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라.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 느껴라. - 마리아 몬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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