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유, 멈출 수 없는 이야기
책을 읽기 시작한 지 5년쯤 되어간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니 자연스레 나도 독서에 빠져들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독서는 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블로그에 감사 일기를 쓰며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어 도움을 받아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렇게 하나씩 써 내려간 지, 피오나가 되어 서로 으쌰으쌰 동기부여를 한지, 어느새 100여 일이란 시간이 채워졌다. 겨우겨우 쓴 날도 있고, 쓰고 싶은 글감을 찾지 못하고 넘어간 날은 보내기도 했다. 이제 35편 정도의 글을 쓰면서 기억거리들만 적혀있던 휴대폰 메모장은 어느덧 쓰다만 메모들로 채워졌다.
몇 줄은 쓰겠는데, 한 편의 글로 채우기는 부족한 쓰레기(?)들만 가득했다.
"그냥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쓰는 것만이 답이야. 나만의 속도가 제일 중요해."
그저 탓하고 좌절하기보단 나를 합리화했다. 안 쓰던 사람이 쓰는 사람으로 되기 위해선 그만큼의 생채기가 필요한 법이라고. 쓰기 힘든 내 상황을 다독이며
하나씩 채워왔다.
누군가 읽어주기보다는, 내 삶을 나누는 일기 같은 글들이었는데, 라이킷과 조회수가 올라갈 때면 신이 났다. 하지만 가끔 한두 명의 구독자가 빠져나가면 왠지 모르게 기운이 빠지기도 했다. 일상의 글감들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게 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나는 창의력이 뛰어난 소설가도, 글을 술술 써 내려가는 천재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글을 쓰고 싶은지 스스로도 의문이 든다. 쓰다 보면 술술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볼 때면 세상 허접한 글을 마주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닌데도, 왜 굳이 글을 쓰려고 애쓰는 걸까?
나는 내 글을 통해 위로를 전하고 싶다. 베스트셀러 작가나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평범한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글을 읽는 이들이 힘내어 자신만의 삶을 채워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 글에 공감된다는 댓글을 볼 때,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다는 독자의 말을 들을 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더라도 어떤 누군가에게 닿아 작은 위로와 소소한 미소를 전해준다는 사실이 내가 글을 쓰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내가 책을 읽으며 배우고 깨달아온 것들과 연결된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책을 통해 배웠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고, 나만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보다 훨씬 더 다양한 경험 속에서 저마다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감사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책을 읽으며 세상의 다양한 삶을 배운다. 소설은 새로운 세계를, 에세이는 공감을, 자기 계발서는 사고의 확장을 가르쳐주었다. 함께 읽으면서 그 마음에 공감하기도 하고, 때론 반발하며 이해할 수 없던 시간들을 거쳐가며 차츰 나도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텍스트들이 어떤 누군가의 삶을 흔들고 바꾸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 독서 모임을 통해 책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고, 혼자 읽어서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삶에 비추어 보며 더욱 깊이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을 책을 통해 배워가고 있기에, 나 역시 그 작은 일부를 채우는 구성원으로서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말은 순간이지만, 글은 오래 남아 누군가의 삶을 비춘다. 그래서 나는 글을 남긴다. 지금은 어려서 삶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라도, 훗날 엄마의 기록을 보며 그들만의 또 다른 삶을 채워갈 수 있기를 바란다. 거창한 목표는 없다. 그저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위로와 미소로 다가가길 바랄 뿐이다. 또 다른 삶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행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외롭거나 고통스럽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직은 내 글이 누군가를 위로할 만큼 좋은 글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근차근 머릿속에 담긴 경험과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며, 조금은 더 따뜻하게, 조금은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워나가리라 생각한다.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단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채워갈지 아직은 모르겠다. 언제까지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끝을 모르는 여정 속에서, 위로를 전하는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 그것이 내가 글을 멈추지 않고 계속 쓰는 이유다. 부족한 것은 고쳐 나가고, 배울 것은 채워가며 나아가려 한다. 언젠가 내 글을 읽을 수많은 미래의 독자들에게도 미리 감사한다.